네이버 차기 CEO에 MZ세대 최수연 낙점…여민수·조수용 거취 '관심'
[더팩트|한예주 기자] 네이버가 MZ세대를 앞세운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1981년생인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하면서 경영을 쇄신하고 글로벌 빅테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네이버의 조직개편에 따라 국내 IT기업 '투톱'으로 꼽히는 카카오의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이 불거진 탓에 새로운 리더십으로 분위기를 일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 임원인사 키워드 '세대교체'·'글로벌'…내년 3월 취임 예정
18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내년 3월에 취임할 차기 CEO에 1981년생인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내정했다. 차기 최고재무책임자(CFO)로는 1978년생인 김남선 책임리더가 내정됐다.
40대 초반이며 서울대 공대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두 내정자를 중심으로 네이버 경영진이 전면 교체된 것이다. 한성숙 현 대표가 1967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인사다.
이번 인사에서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결단이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점쳐진다.
이 GIO는 지난 6월말 전 임직원에 보낸 메일에서도 세대교체 인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이 GIO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던 직원이 올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서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을 하는 길이 그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두 내정자는 내부 구성원들과 조직을 가다듬고 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도 강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고경영진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면서 사내 분위기가 경직되고 관료화됐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움직임도 보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전문가들이 새 사령탑에 앉으면서 네이버의 글로벌 진출 본격화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확장을 회사의 주요 목표로 삼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할 젊고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니즈(요구)가 컸다.
두 내정자는 네이버를 '글로벌 전진기지'로 삼고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에 주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신규 사업 발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 일환으로 네이버는 최근 유럽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이 GIO의 주도 아래 약 4억 유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의 성장과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한성숙 대표와 기존 경영진은 내년 3월 임기까지 업무 인수인계를 돕게 된다. 이후 네이버 안팎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네이버가 글로벌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거취는 향후 결정된다.
◆'골목상권 침해' 카카오, 경영진 교체로 분위기 바꾸나
네이버의 임원인사 키워드가 '세대교체'와 '글로벌'로 초점이 맞춰졌던 가운데, 카카오 역시 '글로벌'에 집중한 임원인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 확장이 주된 사업전략인 만큼 이번 인사에서도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실무자들을 전진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카카오의 경영진 교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2018년에 취임해 한 차례 연임한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최근 문어발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등이 논란이 되며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분석에서다.
카카오 내부에선 후임 후보군으로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정의정 최고기술책임자(CTO), 정주환 신사업 총괄 부사장,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김범수 카카오 의장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50대인 홍 대표를 제외한 이 대표, 정 CTO, 정 부사장은 40대다. 카카오는 이미 2015~2018년 임지훈 대표 시절 30대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
다만, 상생안 마련이 우선인 상황에서 책임자들이 물러나는 것을 검토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나온다. 카카오 역시 두 대표가 이사회에 사의를 표한 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올해 골목상권 침해로 집중 비난을 받고 '카카오 국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듣는 등 내부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김 의장이 국정감사에 3번이나 출석하며 급한 불을 껐기 때문에 대표 인사만큼은 긴 호흡으로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