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3분기 호실적 기록·CEO 제재 연기 '호재'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올해 말부터 내년 3월까지 국내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만료된다. 대부분 증권사가 기록적인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다 최근 금융당국이 내리기로 한 사모펀드 판매사 CEO들에 대한 제재 결론이 미뤄지면서 다수가 무탈한 연임에 성공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는 올해 말이다. 두 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선임 이후 3년째 KB증권의 수장 자리를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선임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사장,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임기 역시 올해 말까지로 예정돼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등의 임기 만료는 내년 3월이다. 궈밍쩡 유안타증권 사장, 박봉권 교보증권 사장,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사장 임기도 내년 3월까지로 예정돼있다.
CEO 성과 판단의 척도인 실적을 살펴보면 임기만료 대상자 대부분 연임론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발표된 올해 3분기까지의 실적에서 대다수 증권사가 괄목할만한 기록을 세웠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기준 업계 탑(Top) 3개사는 3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를 달성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조46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성과로 인해 앞서 진행한 미래에셋금융그룹 인사에서 최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기존 미래에셋증권 각자 대표이사였던 김재식 사장이 미래에셋생명 관리총괄로 발령 나며 최 부회장 단독 체제로 전환됐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으로 각각 1조637억 원, 1조 601억 원을 기록했다.
정일문 사장은 지난 6월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금 100% 보상에 나서며 충당금이 발생했지만 호실적을 나타냈다.
정영채 사장도 실적 면에선 무난한 연임이 예상된다. 다만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변수로 임기 연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정 사장은 앞서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금감원 제재심에서 '문책 경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정 사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연임과 관련해 어떠한 생각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며 사태 수습 의지를 피력한 만큼 연임 가능성이 엇갈린다.
KB증권 역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으로 7295억 원을 나타내 전년 동기대비 65% 증가한 기록을 세웠다. KB금융그룹 내 증권사 순이익 비중은 지난해 3분기 11.77%에서 올해 14.40%로 확대돼 박정림·김성현 대표가 그룹 내 기여도 키우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성현 대표는 KB증권이 지켜온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1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주식발행시장(ECM) 부문도 선전한 결과를 나타냈다. 박정림 대표의 경우 라임펀드 판매로 제재대상에 오른 CEO 중 유일한 현직이기에 거취에 긴장감이 쏠렸다. 그러나 관련 제재 결론이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우선은 큰 리스크가 제거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통해 라임펀드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에 대한 제재 조치를 의결했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에는 6개월간 사모펀드 신규판매 등 일부 업무 금지와 과태료를, 대신증권은 서울 반포WM지점을 폐쇄하라는 조치다. CEO에 대한 제재는 법리검토 등을 거쳐 향후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감독원은 라임펀드 부실판매 관련 CEO들에게 책임을 물어 박정림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향후 3년 동안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가 확정된다면 박 대표는 CEO 연임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이영창 사장은 사모펀드 사태 이후 취임해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사장은 라임·젠투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 수습을 맡아 왔기에 연임으로써 역할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 사장은 라임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의 최대 70%를 선제 보상하는 등 대처에 나섰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3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오익근 사장 역시 라임펀드 사태 수습에 나선 데다, 대신증권이 올해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해 연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539% 증가한 8184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호실적 기록과 금융당국 제재 리스크 해소만으로 연임을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부실 사모펀드 판매사라면 현재까지도 투자자와의 법적 리스크, 노조 반대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증권가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며 CEO 인사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증권가는 전문성에 집중한 세대교체 등 인사와 조직개편이 역동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금융권 최초로 지점장 공모를 진행해 80년대생 여성 지점장 3명 포함 총 15명을 신규 선임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직 라임펀드 판매사 CEO의 경우 금융당국의 제재가 미뤄진 것이 당장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은행과 금융감독원 간 DLF(파생결합펀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으로 사모펀드 이슈가 매듭지어지지 않은데다, 회사마다 세대교체 분위기 등 인사관련 방침과 계획이 달라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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