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백신 챙긴다'…이재용 부회장 美 출장 주목받는 이유

북미 출장길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가석방 이후 첫 해외 출장…"여러 파트너 만날 것"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캐나다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8월 가석방 출소 이후 첫 해외 출장으로, 재계는 이번 출장을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의 대외 경영 활동이 늘어나는 등 '뉴삼성'을 향한 발걸음이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전날(14일) 김포국제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편을 통해 캐나다 토론토로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캐나다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한 후 미국으로 이동해 현지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출장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글로벌 경영 행보가 재개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계 주요 사건으로 해석된다. 가석방 출소 이후 사실상 첫 공식 경영 행보인 데다 해외 출장의 경우 지난해 10월 베트남 이후 1년 1개월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미국 출장은 약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밀린 현지 현안을 챙기며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 복원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뉴삼성'으로의 도약을 강조한 만큼, 출장 기간 동안 그의 행보 하나하나에 큰 의미가 부여될 전망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과 연말 인사 등을 통해 '뉴삼성'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때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했다.

내용 면에서도 이번 출장의 주목도는 상당하다. 출장의 방점은 국가적 과제와 맞물리는 '반도체'와 '백신'에 찍힐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미국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 결정 등 반도체 투자 관련 최종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와 백신 관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더팩트 DB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를 공식화한 상태다. 후보지로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출장길에 오르기 직전 취재진과 만난 이재용 부회장은 파운드리 투자 결정과 관련해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장에서는 반도체 판매·재고 등 민감한 정보 제출을 요구했던 조 바이든 정부의 핵심 인사와 회동할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맡긴 모더나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날 가능성은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모더나사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보스턴은 모더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앞서 백신의 조기 국내 도입을 위해 물밑에서 모더나 관계자들과 협상을 벌여 성과를 낸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 기간 중 모더나를 찾아 지속적으로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계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사업을 점검하고 파트너와의 협력 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IT 기업 주요 경영진과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출장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귀국 시점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계는 캐나다·미국 출장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이전보다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하는 등 이미 국내외에서 보폭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적어도 해외 출장만큼은 추후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긴 어려울 전망이다. 재판이 열리는 매주 목요일마다 법정에 나가야 한다. 이번 출장도 오는 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인해 재판이 열리지 않아 여유가 생기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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