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진의 게임카페] '아케인'은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니다

애니메이션 아케인에 등장하는 바이(왼쪽)와 징크스의 어린 시절 /라이엇게임즈 제공

라이엇게임즈 6년 쏟아부은 야심작, 게임 소재 애니메이션 새 지평

[더팩트 | 최승진 기자] 리그오브레전드 유명 챔피언(영웅 캐릭터)인 바이와 징크스가 자매였다는 설정. 어두운 지하도시 자운에서 서로 의지하며 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오랜만에 나온 게임 소재 애니메이션 장르에 탄탄한 연출이 더해져서 티브이를 통해 그 감정을 오롯이 전달받는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아케인' 1막(1, 2, 3회)을 모두 봤다. '아케인'은 라이엇게임즈가 기획부터 완성까지 6년을 투자해 선보인 첫 번째 장편 3D 애니메이션이다.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으로 잘 알려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잘 모르는 사람이 '아케인'을 보면 아이들 취향 애니메이션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유한 도시 필트오버와 누추한 자운으로 대표되는 상류사회와 하류사회의 갈등을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포장했다.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감정적 울림과 액션 쾌감은 게임 소재 애니메이션의 새 지평을 엿보게 한다. 리그오브레전드 배경지식이 없어도 술술 넘어간다.

징크스가 손으로 총을 만들어 쏘는 모습 /라이엇게임즈 제공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는 사람에게 '아케인'은 리그오브레전드 유니버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바이와 징크스 두 챔피언의 탄생 기원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애니메이션은 이들의 감춰진 복잡한 사연을 서서히 풀어낸다. 그 둘을 갈라서게 하는 사건이 무엇인지 언급되는 3회에서는 절정에 이른다.

사실 게임 소재 애니메이션은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게임의 감동을 티브이와 극장 등에서 느끼기 힘든 이유에서였다.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게임과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춘 두 매체 간 차이 때문이다.

비록 잠깐이었지만 '아케인'은 46일 동안 넷플릭스 세계 1위를 지켜온 '오징어게임'의 독주를 저지하면서 관심을 더 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마니아 영역에 머문 게임을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게 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바이와 징크스를 시작으로 확대재생산을 거듭할 리그오브레전드 유니버스의 끝이 어딘지 궁금하다. '아케인' 열풍은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니다.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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