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정지 처분 불구, 아연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전망
[더팩트 | 박희준 기자] '독점업체의 거침없는 하이킥'. 영업정지를 당한 국내 아연제련업체 영풍과 계열사 고려아연 주가를 보면서 투자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영풍이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조업정지 10일에 들어갔는데도 공급 부족으로 아연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영풍과 고려아연이 오히려 수혜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영풍은 상고심 확정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오는 8일부터 열흘간 석포제련소 조업을 정지한다고 3일 발표했다. 이날 ㈜영풍 주식은 전날에 비해 1.86% 내린 6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고려아연은 전날과 같은 51만 2000원으로 종가를 기록하면서 조업정지가 주가에 미칠 영향이 투자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에 들어갈 경우 영풍의 매출액이 타격을 입을 것이며 주가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회사 측은 공시 자료에서 "조업정지처분취소 사건 항소심 결과 20일의 조업정지 처분 중 10일 부분의 취소 판결을 받았으며, 상고심에서 이를 확정 받았다"면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풍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도 석포제련소의 연간 매출액이 1조4076억 여원으로 영풍의 연결재무제표기준 매출액(3조 7248억 원)의 37.79%에 이른 만큼 이런 관측은 기우라고 할 수 없었다.
10일간 조업을 중단한다지만 중단전 설비를 순차 가동 정지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가동을 재개하는 데도 순차로 해야 하는 만큼 실제 영업손실 일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런데 주가는 소폭 내리는 수준에 그쳤고 증권사 전망은 밝게 나왔다. 독과점 업체가 갖는 조업정지의 '역설'인 셈이다. 국내 비철금속시장에서 영풍 아연은 계열사인 고려아연과 함께 국내 시장 점유율 약 90%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박성봉 연구원은 이날 '실적리뷰'에서 "고려아연의 경우 공격적인 영업전략과 영풍의 조업정지가 맞물리면서 3분기 부진한 아연 판매량을 4분기에 만회할 전망"이라면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8만 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박성봉 연구원은 "유럽 전력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럽 최대 아연 제련업체인 니르스타(Nyrstar)가 유럽 공장(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의 생산을 최대 50% 감축을 발표했고 스위스계 광산업체 글렌코어(Glencore)도 유럽 공장 가동을 최소화하고 있다"면서 "영풍의 석포제련소 10일간 조업정지가 예정돼 있기 타이트한 글로벌 아연 수급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업정지로 아연가격이 오르니 수급이 빠듯해져 아연가격이 오르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아연가격은 10월 중순 14년 사이 최고치인 t당 3815달러까지 상승한 이후 하락해 현재는 t당 345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평균 아연가격은 t당 2991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된 제련소들의 공급 축소가 아연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박 연구원은 설명했다.
영풍 측이 "잠시 작업을 멈추고 되돌아보며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점들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영풍그룹은 지주회사인 ㈜영풍 아래에 고려아연, 영풍정밀(산업기계 등 제작), 서린상사(비철금속 도매 무역업) 등 14개사가 포진해 있다.영풍그룹은 지난 1949년 창업주 고(故) 장병희, 최기호 회장이 설립한 이후 3대째 공동경영을 하는 독특한 그룹이다. 장 씨 가문은 영풍전자와 코리아써키트 등 전자계열, 최 씨 가문은 고려아연 등 비전자계열 부문을 맡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지주회사 영풍의 최대 주주는 그룹 총수인 장형진 고문의 차남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로 지분 16.89%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11.15%,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3.62%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74.05%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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