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물가상승에 대출규제에 금리인상으로 서민경제는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 이른바 3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물가상승률은 첫 3%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물가 상승은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면서 시장 금리도 끌어올리고 있다. 24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연속 2%대 상승에 이어, 이달에는 첫 3%대를 넘어설 가능성마저 높다.
소비자 물가는 1분기만 해도 1%대를 기록했으나, 4월 2.3%로 연중 처음으로 2%대를 넘겼고 6월(2.4%), 7월(2.6%), 8월(2.6%), 9월(2.5%)까지 4달 연속 2% 중반대대의 상승을 계속됐다. 홍남기 부총리도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를 넘길수도 있으나, 올해 전체 물가는 2%를 조금 웃돌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게다가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달 111.13(2015년 100기준)으로 전년 동월대비 7.5% 상승했다. 이같은 상승률은 10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로 소비자 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회복 속도는 더뎌지는데 소비자물가가 치솟는 이른바 ‘슬로플레이션’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조이는 가운데, 국채 금리가 뛰면서 시장 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국은행의 내달 0.25%p 기준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따라서 가계의 이자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도 26일 가계 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는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조기 확대와 분할 상환 및 대출 심사 강화 등이 예상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상환능력 심사 강화"면서 "내주 발표 내용은 DSR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문제, 제2금융권 가계 부채 관리, 가계 부채 관리의 질적인 측면 강화 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생각하는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은 DSR 관리로 현재 차주 단위 DSR을 2023년 7월까지 3단계로 나눠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좀 더 앞당기고, 2금융권에도 확대적용되는 방안이 유력해보인다. DSR 규제는 현재 은행 40%, 비은행 60%가 적용 중이다. 지난 7월 시행된 개인별 DSR 규제 적용 대상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과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이다.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서만 DSR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지만 올해 4분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한도(증가율 6%대)에서는 제외했다. 대신 시중 은행에서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1주택자들은 반드시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신청해 심사를 통과해야만 하는 등 관리가 깐깐해진다.
오르는 국채 금리로 대출금리 지표인 금융채도 함께 치솟아 은행 대출금리는 금융채 금리 상승폭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이 맞물리면서 3년만에 5%대에 진입했다. 특히 은행 대출 중 비중이 높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용대출 금리에 비해 가파르게 오르며,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지난주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14~4.645%, 주담대 고정(혼합)금리는 연 3.74~5.058%였지만 신용대출 금리 구간은 3.07~4.26% 수준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가계대출인 주담대 시장은 가계 부채 억제 기조로 각 은행이 가산금리 인상이나 우대금리 인하 등으로 수요 조절에 나서고 있어 가계대출을 더더욱 받기 힘들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준금리 추가 인상 등으로 장기물 채권이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 향후 대출이 어려워 지는데다 이자 상환 부담도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차주들은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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