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1주기 앞둔 삼성…관심은 이재용 부회장 향후 행보로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지 1년이 된다. 추도식은 유족을 중심으로 간소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11년 열린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를 참관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삼성 제공

1주기 추도식 간소하게…재계는 이재용 부회장 미국 출장에 주목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이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타계 1주기를 맞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홀로서기가 본격화된 지 1년이 흐른 셈이다. 재계는 법정 구속 등으로 인해 경영 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의 1주기를 기점으로 '뉴삼성'을 향한 경영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낼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차원에서 오는 25일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을 대대적으로 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가족 위주의 최소 인원으로 경기 수원 선영에서 비교적 조용한 1주기 추도식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삼성은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조화·조문을 사양하고,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장례를 치른 바 있다.

이건희 회장 별세 이후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쓰러진 후 6년 5개월 동안 그룹을 잘 이끈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특히 사법리스크가 경영상 최대 걸림돌로 거론된다. 실제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법정 구속으로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약 200일 동안 총수 부재 사태를 겪어야 했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 관계에서 삼성을 둘러싼 우려감이 지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치열한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삼성의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출소 이후에도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재판 등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취업제한 문제에 직면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만 출소 이후 삼성이 굵직한 투자 계획을 내놓는 등 활기를 되찾았다는 점은 긍정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출소 11일 만인 지난 8월 24일 향후 3년간 반도체·바이오 등에 240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고, 4만 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경제 활성화 대책 및 계획을 발표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의 1주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도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잠행 중으로, 별다른 공식 일정이나 대외 활동 없이 경영 현안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친의 1주기를 기점으로 미국 출장 등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부회장이 코로나19 검사 후 호텔을 빠져나오는 모습. /임세준 기자

이재용 부회장의 공개 일정은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고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과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나 '청년희망ON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3만 개)을 약속한 자리가 전부였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1주기 이후 경영 보폭을 넓힐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미국 출장 가능성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다음 달 중 미국 출장길에 올라 미국 내 두 번째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부지 결정과 신규 반도체 설비 투자 여부 등 북미 지역 사업을 점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다음 달 미국 출장길에 오르면 가석방 이후 첫 해외 출장이 된다. 새 파운드리 공장 부지는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의 미국 출장 가능성은 수차례 제기돼왔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 등 시장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적극적 행보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평가에 따라 출장설이 급부상한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부족한 비메모리 분야에서의 성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결단과 고객 확보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당초 이재용 부회장이 추석 연휴를 활용해 미국 출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해외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향후 행보와 관련, 조언 섞인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특집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와 맞설 수 있는 기업이 되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른 시일 내 경영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이 거침없는 면모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이 추도식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낼지도 관심사다. 그는 지난해 11월 이병철 창업주 추도식에서 "기업은 국민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며, 사회에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던 회장님의 뜻과 선대회장님의 사업보국 창업 이념을 계승 발전시키자"며 1세대 경영 이념을 3대에 걸쳐 지켜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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