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올해 수주 실적 리모델링 포함 5건 그쳐
[더팩트|윤정원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5구역 재개발 시공권이 대우건설에 돌아가는 모양새다. 대우건설과 맞붙은 쌍용건설은 노량진5구역을 통해 리모델링을 넘어 재개발로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었으나 아직 대형 건설사에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16일 마감한 노량진5구역 입찰에는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이 출사표를 던졌다. 앞서 8월 22일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대우건설과 쌍용건설뿐만 아니라 GS건설과 DL이앤씨 등 총 4곳이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수주전은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의 2파전으로 흐르게 됐다.
노량진5구역은 서울 서남부 최고 노른자 땅으로 꼽히는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지에 속한다. 노량진동 270-3번지 일대 3만8137㎡ 부지를 대상으로 하며, 지하 2층~지상 30층, 8개 동, 아파트 727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는 게 골자다. 예정 공사비는 약 1974억 원이다. 오는 29일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시공능력평가 5위와 30위의 대결인 만큼 대우건설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대우건설은 노량진5구역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데다 '푸르지오' 대신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을 적용한 '써밋 더 트레시아'를 단지명으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더 플래티넘'을 내건 쌍용건설은 노량진5구역 수주를 체념한 분위기다. 리모델링 사업에서 경쟁력을 보이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쌍용건설이지만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에는 견주기 어렵다는 평가가 업계 중론이다.
노량진뉴타운 소재 S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대우건설 직원들은 인근 부동산에 얼굴도장도 자주 찍었으나 쌍용건설 직원들은 자주 보지 못 했다"며 "노량진5구역은 애당초 시공사가 대우건설로 확정된 상태였던 곳으로, 쌍용건설의 깜짝 등장이 복병 역할을 하지 못한듯하다. 조합원들도 써밋을 반기는 눈치"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GS건설이 본입찰에 참여했다면 판도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대우건설과 쌍용건설 간의 경쟁 결과는 뻔해 보인다. 대우건설 측에서도 노량진5구역 수주를 당연시 여기고 있고, 쌍용건설에서도 승기 쥐기는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리모델링 누적 준공 실적은 업계 1위다. 다만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까지 진출하면서 쌍용건설은 리모델링 입지마저 줄어드는 추이다. 올해 쌍용건설이 수주한 리모델링은 광명 철산한신(3월‧4600억 원)과 송파 가락쌍용1차(5월‧8000억 원)가 전부다.
이마저도 독자적으로 따낸 것이 아닌 타 건설사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따낸 실적이다. 1568가구 규모의 철산한신은 쌍용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함께 손을 잡았고, 2064가구의 가락쌍용1차 또한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등이 힘을 보탰다.
리모델링을 제외하고 따낸 쌍용건설의 올 수주 실적도 태광맨션(5월‧800억 원), 삼덕진주(6월‧512억 원), 온천제2공역(8월‧686억 원) 등 가로주택정비사업 3건에 그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에 둘러싸인 블록 단위 소규모 노후 주택을 정비하기 위해 도입된 미니 재건축사업이다. 수주 실적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쌍용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조4483억 원, 영업이익은 26억 원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0.17%로, 10대 건설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약 5%)과 견주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작년 쌍용건설은 부채비율 또한 363.9%에 달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좋지 않았다.
올해 수주 실적과 관련, 쌍용건설 관계자는 "리모델링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건설사가 적기도 하고, 최근에는 리모델링 단지가 커져서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끌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쌍용건설은 수주해온 컨소시엄에서도 주관사이기 때문에 지분율이 아닌 총공사비로 실적이 계산되므로 사실상 실적이 적지는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쌍용건설은 올해 연말까지 정비사업 수주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수도권과 부산 쪽에서 입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리모델링 추진 초기 단계에 있는 단지들을 암암리에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정확한 단지명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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