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근의 Biz이코노미] "귀 닫은 민노총,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20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지역에서 대규모 총파업과 집회를 벌였다. /남용희 기자

'공감' 잃은 목소리는 '생떼'…스타벅스 트럭시위 익명 대표자 글 주목해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결국 총파업을 강행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조와 공무원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이 참여한 파업으로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등 서울지역 곳곳에 20일 오전부터 펜스와 차벽, 임시검문소가 설치되면서 수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광화문역, 시청역, 종각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지하철역 입구는 봉쇄됐고,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서대문역 사거리 주변에서 기습적으로 집결한 총파업대회 참가자들로 도로가 통제되면서 일대는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 같은 광경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민노총'이라는 단체가 벌이는 집단행동 자체가 다수로부터 공감을 잃은 지 오래라는 점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민노총이 벌인 총파업에 더는 '왜'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그저 일상을 방해하는 특정 집단의 민폐 행위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다수의 싸늘한 시선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불과 지난 8월부터 2개월여 동안 민노총 안팎에서 벌어진 사건을 나열하면 말 그대로 가관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빵을 운송했다며 운전기사를 집단으로 폭행하고, 일감이 넘치는 공장에 찾아가 '생산 물량 좀 나눠달라'고 찾아온 다른 공장 노조 간부 직원을 폭행한 데 이어 역으로 사과까지 받아내고, 조합원들의 폭언과 폭행에 택배 대리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민노총 관련 불법 행위가 벌어진 횟수는 굳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지 않아도 어림잡을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누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는가.

"(민노총)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트럭시위를 당신들의 이익 추구에 이용하지 마십시오. 변질시키지 마십시오."

지난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 자신을 스타벅스 트럭시위 대표로 소개한 작성자가 올린 글이다. 그는 "민주노총은 트럭시위와 교섭을 시도하지 말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잦은 마케팅에 따른 업무부담을 이유로 스타벅스 직원들이 트럭시위에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민노총이 "노동조합(노조)을 결성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러브콜을 보낸 지 이틀 만에 올린 거절문이자 경고장이었다.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해 '애사심과 자긍심을 키워준 곳'이라고 평가하고, 회사와 관계를 '파트너'로 정의한 스타벅스 직원들의 트럭시위는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하루 만에 공식 사과했고, 시위 열흘 만에 1600명을 신규 채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내놨다. 그 어떤 종류의 폭력도,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공감을 잃은 목소리는 '생떼'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한 방역 당국과 전 국민의 노력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민노총의 외침 보다 '국민의 삶을 인질로 협박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태'라는 자영업연대와 대학생 단체 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쓴소리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likehyo85@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