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 매출 80%·피어그룹 PER 최대 32배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앞둔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시몬느)이 공모 일정에 들어갔다. 높은 구주매출 비중과 공모주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은 가운데 내주 예정된 일반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시몬느는 지난 18일 온라인 IPO(기업공개) 간담회를 열고 837만 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공모 희망가는 3만9200~4만7900원으로 공모 규모는 최대 4009억 원이다. 지난 19일까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마친 상태다. 오는 21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5~26일 일반 공모 청약에 나선다.
시몬느는 유명 핸드백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 중인 업체다. 주요 고객사로는 코치, 마이클코어스, 토리버치 등을 두고 있다.
시몬느는 최근 증가 추이를 보여온 실적과 글로벌 고객사를 앞세워 기업가치를 최대 1조6000억 원(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시몬느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으로 3335억 원, 영업이익으로 434억 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1%, 67% 증가한 수치다. 내년에는 매출 1조 원을 기록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투자포인트로 향후 30~40%의 높은 배당 성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구주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은 흥행 실패 요소로 꼽히고 있다. 시몬느는 이번 공모에서 신주 모집은 167만5000주에 그치는 반면, 구주 매출은 669만5000주로 진행할 계획이다. 조달된 공모 자금의 80%는 최대주주 블랙스톤의 투자금 회수에 투입되는 셈이다.
앞서 약 91%의 높은 구주매출 비중으로 공모를 진행한 케이카가 다소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를 보이면서 공모가격을 희망범위 최하단보다 낮은 가격에 결정한 바 있다. 이어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는 최종 경쟁률로 8.72대 1을 나타냈다.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를 밑도는 가격을 보이기도 했다.
시몬느가 기업가치 산정에 있어 동종업계 피어그룹(유사기업)으로 국내기업 화승엔터프라이즈, 해외업체 펑타이·에끌라텍스타일 등을 적용한 점은 다소 높은 PER(주가수익비율, 주가가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낸 지표)을 끌어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의 ODM 업체며 펑타이는 나이키 신발을, 에끌라텍스타일은 나이키와 언더아머 제품을 제조하는 업체다. 이들 기업은 각각 PER이 32배, 28배, 26배에 달한다.
우리나라 ODM·OEM(제조자개발생산)업체로 꼽히는 한세실업, 코웰패션은 현재 PER이 각각 9.62배, 12.56배다. 동일업종 PER은 평균 6.73배로 형성돼 있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PER이 10배 정도일 때 적정하다고 판단한다. 시몬느는 비교기업들의 높은 PER에 의해 기업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공모가가 저렴하게 책정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인 제조업체에 대한 국내 IPO 투심이 강하지 않은 점 역시 최근 불안정한 증시와 맞물려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류관련 업종은 통상적으로 멀티플을 낮게 받는 경향이 있다. IPO 시장에서 주목받는 업종은 아니다"며 "코로나19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매출 반등을 기반으로 삼아 미래실적을 가치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상장 직후 유통이 가능한 물량은 20%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기존 주주인 블랙스톤이 구주매출에 나서면서 잔여 보유 지분 284만5000주에 대해 상장일로부터 3개월 간 의무적으로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이 크다면 유통 비중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시몬느는 내달 4일 코스피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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