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교차판매, 법적 허용된 영업행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IBK기업은행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꺾기(대출 조건으로 예·적금, 카드, 보험, 펀드 등을 함께 판매하는 영업 행위)' 의심 사례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교차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 등 '꺾기 영업'이라는 지적에 대해 은행권은 '법적으로 허용된 영업행위를 하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6% 상승한 5337억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이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보다 이익 증가 폭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컨센서스 상회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며 "통상 기업은행은 실적 추정 시 시중은행보다 보수적인 대손비용률 가정을 사용하지만 3분기에는 시중은행에 준하는 수준의 대손비용률을 기록하면서 서프라이즈를 달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업은행은 상반기에도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1조214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9% 증가한 수치다.
◆기업은행, '꺾기 영업' 의심 사례 최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의 호실적 이면에는 교차판매를 중심으로 한 '꺾기 영업'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래 교차판매는 한번 거래를 계기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지치기를 해서 주거래은행으로 자리잡겠다는 순수한 의도지만, 대출을 내주는 등 갑의 입장에서 다른 것도 더 가입하라는 식으로 꺾기 확장으로 치닫는 경우 문제가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연신실행일 전후 1개월 초과 2개월 이내 은행별 금융상품 가업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기업은행으로, 19만5059건에 달했다. 하나은행(11만1479건), KB국민은행(10만1273건), 신한은행(7만2515건), 우리은행(6만6149건) 등이 뒤를 이었다.
유동수 의원은 기업은행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 새 핵심성과지표(KPI) 평가에서 교차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직원들이 꺾기 유혹에 내몰린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 KPI는 수익성 및 건전성, 성장성, 고객관리, 직원·내부통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점은 1000점으로 매년 같지만 각 부문에 배정된 점수는 연도별로 상이하다. 해당 연도에 은행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문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2019년 개인고객에 대한 교차판매 배점은 1년 만에 5점 증가한 25점으로 늘어났다.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0점을 늘려 35점을 배정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0점이 늘어난 것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교차판매 KPI는 2019년까지 15점으로 유지되다가 지난해 20점으로 상향됐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적금 등 교차판매 실적은 직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동수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업은행은 지속적으로 지적받은 일명 꺾기 영업의 원인이 KPI임을 보여준 것이다"며 "본사 차원에서 매년 교차판매에 대한 KPI 배점을 늘린 게 일선의 꺾기 영업을 장려하고 있다"라고 했다.
◆은행권 "'의심 사례'일뿐, '꺾기 영업' 명확한 구분 어려워"
이에 대해 기업은행 등 은행권은 교차판매는 법적으로 허용된 영업행위라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에 따라 규제가 강화된 만큼 절차에 따라 고객 사정에 맞는 상품을 권유하고 고객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판매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올해 3월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1개월 내 금융소비자 의사에 반해 다른 금융상품 계약체결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시중은행이 금소법 허점을 파고들어 계약 체결 1~2개월 사이에 금융상품 계약을 체결하는 '신종 꺾기'로 변형해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차판매는 합법 영업"이라며 "지적하신 부분은 '의심 사례'일 뿐으로, '꺾기 영업'이라고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과 함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고 있으며, 고객 스스로 필요에 의해 가입이 진행된다. '꺾기 영업'이란 프레임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KPI에서의 교차판매 비중이 높아질 경우 직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KPI의 경우 매년 방향성 등이 바뀌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영업점 직원 입장에서는 영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KPI평가에서 교차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