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국감 데뷔전…DLF·가계부채 집중포화에 진땀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이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주요 현안에 대한 집중 질의를 받았다. /이선화 기자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 시사 

[더팩트│황원영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이 취임 후 첫 국정감사에서 진땀을 뺐다. 여야 의원들은 머지포인트·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역할론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가계부채·DLF 항소에 대한 질문 세례가 이어졌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주요 현안에 대한 집중 질의를 받았다. 정 원장이 지난 8월 취임한 뒤 처음 서는 국감 현장이다.

국감에서는 예상대로 사모펀드 사태 후속 조치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벌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중징계 취소 소송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해 3월 금감원은 DLF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내부 통제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 문책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연임을 앞두고 있던 손 회장은 이 같은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8월 원고인 우리금융과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금감원이 적법한 제재 근거를 갖고 우리금융 측을 징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항소했으나 금융권에서 무리한 징계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날 국감에서도 금감원이 초법적이고 무소불위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금감원이 항소심을 제기한 만큼 2심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1심 판결은 금감원과 법령 적용 해석에 있어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서도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보완·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지주회사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원장은 이에 공감하며 "금융지주 이사회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데 금감원도 이사회 구성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금감원이 머지포인트 사태를 사전에 감독하지 못한 데 대한 질책도 나왔다. 여당은 머지포인트가 100만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등 사세를 키우는 동안 금감원이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늑장 대응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날 정 원장은 현재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대출규제 기조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선화 기자

금감원은 지난해 말 머지플러스가 미등록 선불업자라는 것을 인지한 뒤 머지플러스 측에 선불업 등록을 요구했다. 머지플러스가 선불업 등록을 미루자 지난 8월 경찰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머지플러스가 선불 충전금인 머지포인트 판매를 중단하며 이른바 머지런(머지포인트+뱅크런)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금감원 대응이 늦어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머지포인트 측과 등록·법률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으로 머지포인트 계좌를 파악하고 재발 방지 위해 전자금융거래 관련 회사를 전수조사하고 있다"며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종합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정 원장은 현재 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대출규제 기조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 원장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방식이 현실성이 없고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실수요자에 대한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총량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하게 총량을 규제한다는 지적이 있고 국민들도 불편함과 어려움을 느낄 수 있지만 전체적인 리스크 접근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은행권에 가계부문 경기대응 완충자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할 경우 신용대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신용대출은 단기 대출이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 여건이 반대로 돌아설 때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금융당국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축소했고 앞으로도 각 업권별 시장별로 위험한 부분이 무엇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정치적인 문제도 거론됐다.

정 원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한 금융회사 검사·감리 계획에 대해 "수사당국의 수사 진행 경과를 봐가면서 감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와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중에는 금감원이 관련 검사를 수행하기가 어렵다"면서 "경찰 수사과정에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등에 협조 요청이 온다면 적극적으로 응해서 필요한 조치를 검토·시행하겠다"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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