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전환 '사업 확장' 카드로…"정체성 약화" 우려도
[더팩트|이민주 기자] 나란히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와 SSG닷컴이 오픈마켓 시장에서 맞붙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내년을 목표로 오픈마켓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열려있는 인터넷 중개몰로 통신판매중개업자라고도 불린다. 대표적인 사례는 국내 G마켓, 옥션, 11번가와 해외 아마존, 이베이 등이다.
마켓컬리는 앞서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 페이봇을 인수했다. 마켓컬리는 PG업체 인수로 기술 역량을 고도화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오픈마켓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마켓컬리는 오픈마켓 서비스 도입이 고객들의 상품선택권을 넓히는 동시에 많은 파트너사들이 자사에서 우수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컬리는 현재 2000개 파트너사로부터 3만 개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고 있다.
SSG닷컴 역시 올해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했다. SSG닷컴은 지난해부터 1년여간 오픈마켓 도입을 준비해왔으며, 지난 4월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 6월 정식 도입했다.
당초 SSG닷컴은 온라인 구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오픈마켓 카테고리에서 식품·명품과 일부 패션을 제외한 채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오픈마켓 취급 품목을 생필품 카테고리로까지 확장했다.
이처럼 양사가 나란히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하는 배경을 두고 '사업 확장 필요성'이 꼽힌다.
실제 통신판매업에서 통신판매중개업(오픈마켓)으로 전환하는 사례는 일반적인 편이며, 흔히 수익성 개선과 취급 품목 확대 등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다. 쿠팡과 티몬은 지난 2017년 각각 오픈마켓으로 업태를 바꿨으며, 2019년 7월에는 위메프가 통신판매중개자로의 지위 전환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양사가 나란히 IPO를 준비 중이라는 점 역시 오픈마켓 전환을 통한 '몸집 키우기' 필요성에 무게를 더한다.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새벽배송 업계는 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 7월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마켓컬리는 그간 쿠팡처럼 해외증시 상장을 추진했으나, 사업모델과 국내외 증시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을 검토한 결과 국내증시 상장으로 선회했다.
SSG닷컴은 지난 8월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SSG닷컴은 "임직원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과 성장 가속화를 위한 IPO 추진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합의해 주관사 선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서비스는 직매입과 비교해 적은 비용을 투자하면서도 거래액을 늘리는 데 용이하다"며 "IPO를 앞두고 거래액 성장이 필요한 양사가 취급상품 수, 상품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오픈마켓 도입을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사의 오픈마켓 서비스 도입 기대효과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마케팅 비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무분별한 셀러 입점으로 각사 아이덴티티가 희석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픈마켓 서비스는 판매자가 내는 판매 수수료와 플랫폼 내 광고료가 수익원이기 때문에 도입 초기 거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11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0억 원 늘었으며, 같은 기간 SSG닷컴의 영업손실은 469억 원이다.
여기에 마켓컬리의 경우 자신들이 선별한 '스페셜' 상품을 빠르게 새벽배송으로 배송한다는 이미지를 필두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올해 초 진행한 김포 물류센터 기자간담회에서 "상품 가짓수(SKU)가 너무 많으면 관리가 어려우며 고객 경험을 해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켓컬리는 당초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프리미엄 식품몰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입지를 다져왔으나 오픈마켓은 판매자의 상품을 중개해준다는 특성상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IPO를 앞두고 몸집을 키우려다가 강점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