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속 시중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놓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실시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3번째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잠재부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업계 "차주 이자상환 유예, 표면화된 부실…건전성 관리해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를 또다시 연장하면서 은행권의 잠재부실 위험성은 더욱 높아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8월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 합계는 535조796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만 39조 원 가까이 늘었는데, 전년 말 대비 8% 증가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도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8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은 292조 원으로 올해 들어 21조 원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영난에 따른 운영자금에 대한 대출 수요가 커지면서 총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잠재부실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중 금융지원으로 이자 납부를 유예해주거나, 만기 상환 시점을 미뤄준 대출이 많이 남아있어 향후 금융지원을 종료할 시 부실 채권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원을 계속 받고 있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 2년 가까이 지속됐다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부실 여신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총 222조 원이 지원됐다. 이중 만기연장된 금액은 209조7000억 원, 원금 상환 유예된 규모는 12조1000억 원, 이자상환이 유예된 금액은 2000억 원이다. 중기중앙회가 330개 기업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은 58.8%에 달했다.

은행권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종료할 시 부실 채권이 급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더팩트 DB

은행권에서는 이처럼 상환유예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장기 유예 차주의 상환 부담이 누적되고, 금융기관의 잠재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 금융지원 관련 이자 상환 유예 조치만이라도 종료해야 집행된 대출의 부실 규모를 파악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놓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실시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3번째 연장하기로 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금융지원 연장을 한 만큼 이번엔 예정대로 종료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4차 대유행이 지속되자 추가 재연장을 선택한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당저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통해 "만기연장·상환유예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동시에 향후 질서 있는 정상화를 위해 보완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 연장의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자상환 유예 조치 중단은 계속해서 (당국에) 어필했던 부분이다. 사실상 이자 상환을 유예해달라는 것은 잠재 부실이 아닌 '표면화된 부실'이다. 이자를 제때 내지 못했다는 것은 정상 여신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들의 경우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두었기 때문에 건전성 부문에서 어느 정도 버틸 여력은 있다"면서도 "차주들의 경우 연착륙을 위해 '사전컨설팅' 방안이라던가 이자유예 종료 시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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