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날이 갈수록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펀드 순자산은 793조4000억 원에 달합니다. 전년말보다도 73조2000억 원(10.2%)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의 경우 순자산이 477조5000억 원 수준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국내를 넘어서 해외 유명 기업들의 M&A(인수합병)에도 나서며 몸집을 불리는 추인데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사모펀드 소식을 <더팩트> 취재진이 추렸습니다. <편집자주>
PEF 운용사, 크레딧펀드 출범 행렬…스틱인베스트먼트도 가세
[더팩트|윤정원 기자] 이번 주는 남양유업의 매각 번복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된 한 주였다. 정관 변경과 신규 이사 선임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대표 한상원)가 남양유업의 쇄신을 위해서 추진한 안건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면서다.
◆ 남양유업, 한앤컴퍼니 경영진 선임 부결…10월 새 주총
남양유업은 지난 14일 진행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상정된 안건 3가지를 모두 미승인했다.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의 신규 이사 선임의 건, 집행임원제도 도입 등 정관의 일부 변경의 건은 부결됐고, 이길호 학교법인 연세대학교 감사실장을 감사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철회됐다. 한앤컴퍼니에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지난 5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일선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불가리스 파동'에 따른 불매 운동 및 비난 여론 속에서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면서 홍 회장 측은 매각 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하고 자신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전체(53.07%)를 3107억 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돌연 이달 1일 한앤컴퍼니에 주식 매각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금번 임시주총에서 모든 안건을 부결한 홍 회장 측은 다음 달 임시주총을 열고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남양유업 임원진의 변동과 이사회 재구성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의 계약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당분간 홍 회장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총이 거센 가운데 한앤컴퍼니 측에 대한 옹호 견해도 불거진다. 홍 회장 측이 한앤컴퍼니를 두고 "부도덕한 사모펀드"라고 비판한 것을 두고 "남양유업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비난까지 쇄도하는 형국이다.
한앤컴퍼니는 "이 사태로 M&A 시장에서 생명과도 같은 계약과 약속을 경시하는 풍조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서 "운용사로서 마땅한 책무와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해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남양유업의 매각은 결국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 다나와, 예비입찰 임박…IMM PE·스카이레이크 등판할까
1세대 이커머스 기업 다나와의 인수전에 PEF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대표 송인준)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대표 진대제)과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IMM PE와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를 비롯한 복수의 PEF 운용사는 다나와의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성장현 다나와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은 매각주관사로 NH투자증권을 선정하고 이달 중순 다나와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대상은 최대주주인 성장현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지분 30.05%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1.3%를 합친 51.35%다.
전략적투자자(SI) 중에는 앞서 인수를 타진했던 롯데그룹의 참여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코리아센터, KG그룹 등 또한 다나와 인수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다나와는 201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가격 비교 플랫폼 사업과 조립PC 오픈마켓인 샵다나와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PC부품 유통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378억 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약 4190억 원이다. 현재 시장에서 관측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매각가는 최대 5000억 원 수준이다.
◆ 키스톤PE, 아시아경제 이어 IT조선까지 품나
PEF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대표 현상순)가 조선미디어그룹의 정보통신기술 전문 매체 IT조선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 따르면 키스톤PE는 아이티조선의 100% 모회사이자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 전문 매체인 조선비즈 측과 IT조선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앞서 키스톤PE는 최근 언론사 아시아경제 인수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키스톤PE는 지난 7월 아시아경제 지분 40.07%를 보유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고 공시했다. 키스톤PE는 신규 이사진 및 임원 파견 등을 통해 아시아경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고 공언해 왔다.
IT조선 인수는 키스톤PE가 '볼트온'(유사 업종 기업 추가 인수) 전략을 통해 외형을 확장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함으로 풀이된다. IT조선 인수가는 20억 원 중반에서 30억 원 초반대로 전해지며, 이르면 이달 내 인수 여부가 추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바뀌는 자본시장법…스틱인베스트먼트, 내년 크레딧펀드 론칭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대표 곽대환‧곽동걸)가 사모신용펀드(Private Credit Fund·PCF), 일명 크레딧펀드 시장에 뛰어든다. IB 업계에 의하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다수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투자 경험을 기반으로 내년 크레딧펀드를 론칭,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크레딧펀드란 사모로 자금을 모아 대출, 회사채, 구조화 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크레딧펀드는 경영 참여 없이 기업에 소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크레딧펀드의 기대 수익률은 약 8~15% 수준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크레딧펀드에 나서는 까닭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오는 10월 21일부터 PEF의 대출형 퍼드 조성과 운용이 허용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IMM PE, VIG파트너스(대표 이철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대표 이상호) 등의 PEF 운용사도 크레딧펀드를 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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