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크랜토랩과 설명회 열어…'포스트 퀀텀 트랜지션' 준비

[더팩트｜한예주 기자] 암호기술은 흔히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비유된다. 고도화된 첨단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에 뚫리지 않는 새로운 암호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릴 문제를 200초 만에 해결하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양자컴퓨터로도 뚫리지 않는 '양자암호'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졌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미래의 창과 방패를 선점하기 위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양자암호 시장은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통사가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에 철통보안 기술인 양자암호를 적용하면 다른 통신사와 차별화할 수 있어서다.

LG유플러스도 양자암호 기술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디지털 뉴딜사업에서부터 5G 등 유무선 통신서비스에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적용해 'PQC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SKT·KT 비켜!"…'양자내성암호(PQC)'로 차별화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사옥에서 암호기술 전문기업 크립토랩과 함께 설명회를 열고 PQC 기술 및 적용사례를 소개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크립토랩에 통신업계 최초로 지분투자를 단행해 PQC 기술력을 확보한 바 있다. 크립토랩은 서울대학교 산업수학센터장인 천정희 수리과학부 교수가 설립한 암호기술기업이며, PQC와 암호화된 상태에서 원본 데이터를 연산할 수 있는 동형암호 등에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PQC는 무엇일까. PQC는 양자컴퓨터로 풀어내는데 수십억 년이 걸리는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암호화 방식이다. 암호키 교환·데이터 암·복호화·무결성 인증 등 핵심 보안요소에 적용할 수 있으며 소프트웨어만으로도 구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가 내세운 '양자암호통신(QKD, 양자키분배)' 기술과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다. QKD는 양자의 물리특성을 통해 암호키를 교환하는 기술로, 암호키 교환영역에서 확실한 보안성을 제공할 수 있으나 별도의 양자키분배 장치와 안정적인 양자키분배 채널이 필수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다양한 보안요소에 활용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 연초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QKD를 공공서비스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했다. 영국 국립사이버안보센터(NSCS)도 정부와 군사 애플리케이션에 QKD 사용을 보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QKD는 인증된 통신채널이 있는 경우에만 양자통신의 물리적인 법칙에 의해 안전하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에 안전한 인증된 통신채널은 PQC 알고리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PQC는 1000조 년 정도는 안전한 암호다. 양자컴퓨터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이 (PQC를) 준비할 때다"고 말했다.

◆'PQC 생태계' 만든다…"내년 초 상용화 목표"

현재 LG유플러스는 PQC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국가보안기관의 보안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엔 PQC 기술을 광통신전송장비에 적용했으며, 하반기엔 실증사례를 확보하기 위해 LG이노텍 평택공장과 부산IDC를 연결하는 전용회선 640km 구간과 을지대학병원 노원과 대전 간 전용회선 207km 구간에 PQC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구성철 LG유플러스 유선사업담당은 "PQC 적용으로 의료, 산업 현장에서 양자컴퓨터의 해킹 공격이 들어오더라도 충분한 보안성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PQC는 소프트웨어 기반이기 때문에 전용회선 구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증, 통신,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공공부문과 엔터테인먼트, 에너지 관련 기업전용망에 PQC를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PQC에 더해 양자난수기반 물리복제방지칩(PUF)을 유심(USIM)과 IC카드에 탑재해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 관리 및 안면인식 활용 산업체 출입보안 등 응용서비스에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소형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구성철 담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정부와 유관기관에서도 이통3사와 함께 빠른 상용화 검토를 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는 여러 장비나 다양한 속도 등에 대한 개발에 들어갔고, 순차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은 내년 초에 상용화를 하는 것이 타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스마트폰부터 네트워크 장비까지 미래 기술인 PQC를 통해 완벽하게 지켜내겠다"며 "LG유플러스는 세상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어 '포스트 퀀텀 트랜지션'을 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