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미래 세대 위해 기후변화 해법 모색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자동차 리더' 정의선 현대자동차(현대차)그룹 회장의 또 다른 별칭은 '수소 전도사'다. 실제로 국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정의선 회장의 연관어로 수소가 등장한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그룹 최고경영자(CEO)로는 이례적이다.

남다른 별칭이 붙은 이유는 그동안 정의선 회장이 굵직한 수소 관련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소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평가받았지만, 정의선 회장은 지속적으로 수소사회 구현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수소 관련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정의선 회장을 행보를 놓고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의무적 관점의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7일 오후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수소사회 비전인 '수소비전 2040'과 수소연료전지기술, 수소모빌리티 등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글로벌 미디어가 지켜보는 이 행사에서 정의선 회장은 "인류는 절체절명의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이 이처럼 회사 비전 발표 행사에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건 기후변화 위기를 대응하는 데 있어 민간기업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의 환경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으로 수소를 제시하며 관련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이날 행사에서 정의선 회장은 인류, 지구, 기후변화, 환경, 온실가스, 이상기후, 온난화 등을 수차례 언급하며 '수소가 미래와 지구, 인류를 위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재차 드러냈다.

정의선 회장은 "우리 앞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수소사회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일 수 있다"며 "아까운 시간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이날 정의선 회장의 발언에 대해 "크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수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기후변화 해결책과 관련해 정의선 회장의 고민 담긴 메시지가 꾸준히 제시돼왔다는 설명이다. 정의선 회장은 그룹 내에서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소 기술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라고 강조해왔다.

지난 7월 미국 방문 당시 주요 인사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정의선 회장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수소는 사업의 난이도도 있고,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 세대가 뚫고 나가서 이뤄내지 못한다면, 우리 아들 딸 세대가 우리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기후변화를 이렇게 걱정하는데, 아버지 세대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볼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난관이 있더라도 우리 세대는 역할을 하고 반드시 극복하고 해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 에너지 대중화를 위해선 특정 회사, 특정 국가의 정부가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수소 관련 일정 역시 전 지구적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대부분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초 미국 에너지부 마크 메네제스 당시 차관을 만나 미국 내 수소 저변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공식 면담에 이어 메네제스 차관과 수소전기차 넥쏘에 동승해 대화를 나누고, 넥쏘의 자율주차 기능을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또 미국 주지사협회 동계회의 리셉션에도 참석해 수소의 친환경성 등을 설명했다.

2020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수소위원회 총회에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일반 대중의 수용성 확대, 수소 밸류체인 전반의 안전 관리 체계 구축 등 '수소사회 구현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2019년 6월 일본 나가노현에서 열린 G20 에너지환경장관회의에서는 수소경제가 미래 성공적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5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연설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시와 시민들의 행동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수소기업협의체'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논의로 시작된 수소기업협의체는 롯데, GS, 한화, 현대중공업, 두산, 코오롱 등 10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8일 공식 출범한다. 협의체는 수소 사회 구현을 앞당긴다는 공통 목표 아래 총회와 포럼 등의 행사를 열고, 기업 간 수소 사업 협업 확대, 투자 촉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