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vs 카카오'…100조 글로벌 웹툰 시장서 '정면승부'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팩트 DB

네이버·카카오, 일본·동남아 넘어 북미·유럽까지 세 획장

[더팩트|한예주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도 세를 넓히며 두 기업 간 경쟁 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가 100조 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웹툰 플랫폼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두 회사의 수싸움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7일 글로벌 앱 분석 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한 '카카오웹툰'과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버전인 '라인웹툰'이 8월 한 달 동안 태국 안드로이드와 iOS 양대 앱마켓 엔터테인먼트 분야 앱 매출 1·2위를 기록했다.

현재 네이버는 100개 국가 이상에서 만화 애플리케이션(앱) 수익 1위를 지키고 있다. 네이버웹툰 글로벌 연간 거래액은 1조 원에 달한다.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도 올해 2분기 매출 1억 달러를 돌파하며 전 세계 앱 매출 7위에 올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앞다퉈 글로벌 웹툰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들의 IP를 웹툰이나 웹소설 콘텐츠로 제작하는 '슈퍼캐스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첫 번째 협력 파트너는 DC 코믹스로, BTS가 속한 하이브와 슈퍼맨과 배트맨 등 캐릭터를 보유 중이다. 앞으로 BTS 웹툰, 배트맨, 슈퍼맨을 활용한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네이버 웹툰의 '베스트 도전'과 같은 승급 시스템을 적용한 '캔버스'도 운영 중이다. 캔버스는 국내 플랫폼을 번역해서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마추어 창작자를 통해 해외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도전 만화와 캔버스 시스템은 다양한 작품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유튜브형 모델'로 타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1일 기존 웹툰 플랫폼인 '다음웹툰'을 '카카오웹툰'으로 대대적으로 손을 댔다. 서비스명만 바꾼 것이 아니다. 기존 PC 버전인 다음웹툰을 모바일 화면 형식으로 꾸몄고, 카카오페이지처럼 별도 카카오웹툰 어플리케이션도 출시했다. 카카오의 장점인 '모바일 중심'을 다음웹툰에 적용한 셈이다. 그 결과 카카오웹툰은 출범 후 2일 만에 거래액 10억 원을 달성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웹툰 및 자·관계사 플랫폼을 통해 북미, 중화권, 아세안, 인도, 유럽 등으로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웹툰 플랫폼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두 회사의 수싸움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메인 페이지 모습.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화면 캡처

웹소설 플랫폼 인수전도 펼쳤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소설 플랫폼 인수에 지불한 가격을 합산하면 무려 1조 원이 훌쩍 넘는다. IP 비즈니스 경쟁이 웹툰에서 웹소설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네이버는 북미 시장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지분 100%를 6억 달러(약 6700억 원)에 사들였다. 왓패드는 월 이용자수(MAU) 9400만 명을 자랑하는 세계 최대 웹툰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로 글로벌 최대 웹툰·웹소설 사업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카카오도 지난 6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지분을 차례로 인수했다. 래디쉬의 경우 한국인 창업주가 세운 유망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작품 수만 놓고 보면 왓패드에 턱없이 부족한 1만 편 수준이나, 왓패드 절반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과 웹소설 시장에서 격돌하는 이유는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웹툰 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섰다. 2013년 1500억 원에서 6년 만에 7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웹툰 시장은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해 디지털 콘텐츠 분야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를 따지면 7조 원가량이다. 웹툰 IP를 활용한 영화, 드라마 시장까지 감안하면 시장 규모는 최대 100조 원에 달할 정도로 커진다.

넷플릭스 '스위트홈'이나 tvN '미생', JTBC '이태원 클라쓰', OCN '경이로운 소문’ 등 웹툰 원작의 드라마가 더는 낯설지 않다. 2013년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5년 '내부자들', 2017년 '신과 함께' 등 영화는 물론, 연극 '한 번 더 해요', 뮤지컬 '원모어(One More)'까지 웹툰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창작물이 사랑받고 있다.

웹소설 플랫폼을 품은 배경에도 IP 비즈니스가 있다. 인기 웹소설은 웹툰화, 드라마화, 영화화되며 IP의 값어치가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가치사슬을 이룬다. 웹소설은 웹툰 대비 발굴할 아마추어 군단이 많고 상대적으로 편수도 많아 수익성 전망이 밝다. 해외 구독자를 움직일 원천 IP를 개발할 수록 네이버와 카카오의 글로벌 위상은 점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콘텐츠 업체와의 다양한 사업협력을 통한 시너지, 팬덤 형성을 통한 IP 수익화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한국 웹툰이 세계시장에서 더 큰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의 라이벌전에 더욱 불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