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변심 가능성 증명해야
[더팩트|윤정원 기자] 남양유업 매각과 관련,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간의 소송전이 시작됐다. 지난달 한앤컴퍼니가 홍원식 회장 측을 상대로 계약을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홍 회장 측은 1일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소송전의 향방은 홍 회장 측이 단순 변심한 게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홍 회장이 계약 체결 후 추가로 요구한 계약서 내용 외 '추가요건'들이 기존 계약서를 벗어난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홍 회장의 요구사항은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내 지위 보장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 분할 △경영권 프리미엄 보장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회장은 계약서 체결 당시 해당 내용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었는데, 한앤컴퍼니가 입장을 뒤집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이 8월에 들어서야 뒤늦게 해당 요구들을 해오면서 계약 파기를 조장했다고 반박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돌연 마음을 바꾼 실질적인 이유가 매각가에 대한 불만 탓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매각이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쫓기며 진행되면서 제 값을 매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5월 당시 매각가격으로 책정된 3107억 원은 남양유업이 보유한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액인 3693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불가리스, 경쟁사 댓글, 퇴진약속 불이행 등 누가 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온 당사자는 바로 홍 회장"이라며 "지금까지 당사는 국내 최다의 27번의 경영권 인수거래를 원만히 성사시켰다. 한온시스템, 쌍용C&E, 에이치라인, SK해운, 케이카, 웅진식품 등 모든 투자에서 ESG 원칙을 중시하는 책임있는 주주로서 거래 상대방과 임직원들에게 모든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법정 분쟁이 마무리되는 대로 지분 매각 작업에 다시 착수하겠단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홍 회장이 지분을 제 3자에게 다시 매각하기 위해선 한앤컴퍼니가 소송을 취하하거나, 홍 회장 측이 승소해야만 한다.
올해 초 불거진 불가리스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됐다. 회사 매각을 통한 경영 쇄신과 이미지 개선 작업도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됐다. 무엇보다 홍 회장이 공언한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 약속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시선도 차가운 분위기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양이 남양했다", "남양스럽다" 등의 비판이 줄을 잇는다. 홍 회장에 대한 비난도 다수다. 사죄의 눈물을 다시 거뒀다는 조롱까지 불거진다. 더군다나 최근 공시된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사퇴를 공언한 지 4개월이 넘도록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으며,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 원을 수령한 바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사 매각 발표 등으로 잠잠해진 불매운동 분위기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 홍 회장이 법정 다툼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공개적인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것을 보고 다른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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