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생산인구당 국가채무 분석…"재정준칙 법제화 서둘러야"
[더팩트|한예주 기자] 국가 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면서 2038년 국가채무가 3115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태어난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1억 원이 넘는 나랏빚을 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31일 '국가채무 증가와 생산가능인구당 부담액'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이전인 2014~2019년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연평균 6.3%였다. 이런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15~64세 국민 1인당 나랏빚은 2038년 1억 원을 돌파해 2047년 2억 원, 2052년 3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이 수치는 공식지표는 아니다. 국가채무에는 주택도시기금의 융자금 등 자체 회수를 통해 상환할 수 있는 채무가 포함돼 있어 국민이 직접 부담하지 않는 채무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847조 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44%를 기록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5.9%에서 2019년 37.7%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 지출이 급증한 탓에 나랏빚이 124조 원 늘어나면서 40% 선을 넘어섰다.
올해에도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나랏빚이 계속 급증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은 47.2%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한경연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도 최근 한국의 국가채무 급증세가 경제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경연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미래 국민들의 국가채무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재정준칙은 법적 구속력을 지닌 원칙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채무비율은 60%, 통합재정수지적자는 -3%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0월 도입을 예고했지만, 정부 발의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경연은 재정준칙 법제화가 지연되는 동안 재정지출은 꾸준히 증가해 올해 말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4.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자녀 세대에게 과도한 빚 부담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재정준칙 법제화 등 엄격하고 체계적인 재정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경연의 이번 조사 결과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SNS를 통해 "우리나라 국채의 40%는 금융성 채무"라며 "국채를 발행한 돈으로 달러 등 대응자산을 샀기 때문에 후손이 갚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나머지 60% 국채에 대해서도 85%는 대내 채무로 우리나라가 국민에게 빌린 돈이기 때문에 '후손의 부담'으로 보는 것에는 학자마다 이견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우리나라는 저출생 고령화 국가라는 점에서 부채 수준을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