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수년째 부진…업계 "그나마 남은 수출 경쟁력에도 비상등 켜질 수 있어"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완성차 업계의 관심이 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를 향하고 있다.
매각을 진행 중인 쌍용자동차(쌍용차)에 이어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현대차), 기아와 한국지엠이 잇달아 올해 무분규로 임금협상(임협)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마지막 주자인 르노삼성 노사가 내릴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아 노사가 임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하는 데 성공했다. 기아 노조는 이날 치러진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2만8604명 가운데 94.2%인 2만6954명이 참여, 찬성 1만8381명(68.2%)으로 2021년 임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특히, 기아 노사는 이번 합의로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무분규 합의에 성공했다.
한국지엠 노사도 지난 24일 올해 임협 잠정합의안과 관련, 노조 찬반투표에서 전체 조합원 가운데 7012명이 참여, 4604명(65.7%)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협상을 매듭지었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 7월 14차 임협에서 도출한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과반의 반대로 여름휴가 전 타결에는 실패했지만, 위기극복을 향한 노사 간 공감대를 통해 한 달여 만에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보다 앞서 지난 7월 임협 교섭을 마무리하면서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갔다.
매년 노사 간 불협화음으로 파업 소식이 끊이지 않았던 완성차 업계 분위기가 달라진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등 전례 없는 대외 불확실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타결 배경과 관련해 "코로나19 재확산과 반도체 수급 문제 등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된 현실에서 노사 간 상호 양보하면서 상생을 위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사 간 상생 의지가 가장 뚜렷한 곳은 쌍용차다. 경영 위기 속에 '경영 정상화'와 '고용 안정'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2019년 9월부터 복지 중단과 축소, 같은 해 말 전 직원 임금 및 상여금 반납, 사무직 순환 유급휴직 등 쇄신안에 양측이 합의하면서 12년째 무파업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르노삼성 노사 간 온도 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내 타결'에 실패한 르노삼성 노사는 올해도 기본·성과급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가장 늦게까지 협상테이블에 앉게 됐다.
지난 25일 진행된 2020년 임단협에 대한 13차 본협상에서 회사 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 원,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 원 등 800만 원 일시금 지급을 제안한 반면, 노조는 월 7만1687원 기본급 인상과 격려금 7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노조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수년째 부진에 빠진 실적 역시 이 같은 시각에 설득력을 더한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올해 상반기(1~6월) 내수 누적 판매량은 2만8840대로 전년(5만5242대) 대비 47.8% 급감했다. 특히, 차종별 실적을 살펴보면, 주력 모델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와 소형 SUV 'XM3', 중형 세단 'SM6'를 비롯해 전 모델의 판매량이 최소 47%에서 최대 87%가량 줄었다.
지난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르노삼성은 7월 한 달 동안 내수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1.3% 줄어든 4958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이는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판매량(4695대)보다 단 263대 많은 수치다. 차종별 실적 역시 'QM6'를 제외한 모든 차종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뒷걸음질 쳤다.
그나마 XM3를 앞세운 수출 물량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노사 간 불협화음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경우 하반기 성장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은 물론 쌍용차와 한국지엠 등 외국계 3사 모두 내수 시장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의 경우 내수와 수출 간 격차가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라며 "이미 경쟁사들이 노사 간 상생을 전면에 내세우며 임협 타결에 성공한 시점에서 2년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잡음이 이어진다면 그나마 남은 수출 경쟁력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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