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중장기 성장 키워드는 "속도보다 완성도"

이정헌 넥슨 대표는 5일 온라인으로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신규 개발 프로젝트와 경영 목표를 발표했다. /넥슨 제공

[더팩트 | 최승진 기자] 넥슨이 신규 지식재산권 개발과 플랫폼 확장 그리고 과감한 인재 투자를 통해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에 나섰다. 신작 출시도 속도보다 완성도를 우선으로 하는 개발 전략을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넥슨은 지난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경영 기조를 기반으로 게임업계 최초 연 매출 3조 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연말까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간 넥슨은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지난 11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작 출시 시기를 앞당겨 단기적 수익에 집중하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신작의 빠른 출시를 통해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자 모델을 구축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당장은 즐거워할 수 있지만 이는 개발자들에게 잘못된 압박이 가해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출시 일정을 맞추는 데 급급하게 된다"고 했다. 개발진 스스로 게임의 높은 완성도에 자부심을 갖고 이것이 이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야말로 넥슨의 개발 방향성이자 전략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정헌 대표도 실적 발표에 앞서 지난 5일 열린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회사 내부에서 떳떳할 때 내자는 말을 줄기차게 한다"며 "게임의 완성도를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가 돼야 이용자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개발 기조를 보다 명확히 했다. 그는 이날 '프로젝트 매그넘', '프로젝트 HP', '프로젝트 오버킬' 등 슈퍼 지식재산권 10종 개발 계획을 통해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넥슨은 글로벌 탑티어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 중 하나로 글로벌 거물인사 영입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공룡 기업 출신 핵심 인물을 연이어 채용하고 미국 현지에 신설 조직을 마련함으로써 자사 지식재산권에 대한 글로벌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넥슨은 지난 3월 전 틱톡 CEO이자 월트 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 출신인 케빈 메이어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데 이어 지난 16일 월트 디즈니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튜디오 대표를 거친 닉 반 다이크를 최고전략책임자 겸 수석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5일 온라인으로 열린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처음 공개된 신작 프로젝트 매그넘 /넥슨 제공

케빈 메이어 사외이사는 월트디즈니 최고전략책임자로서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폭스 등 인수에 주요 역할을 했다. 그는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 등 신규 서비스 출시와 틱톡 대표 및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하며 신규 지식재산권 확보와 영상 콘텐츠에 특화된 인물이다.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을 신설하고 해당 조직의 총괄을 겸임하게 된다. 그는 넥슨의 글로벌 전략 수립, 인수합병, 경영개발, 지식재산권 관리와 파트너십 등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로서 넥슨의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넥슨의 과감한 인재 투자와 플랫폼 확장 목적은 '재미있는 놀이 콘텐츠' 개발에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새롭게 변화하는 디지털 놀이 형태로 인해 기존에는 게임들이 이용자라는 특정집단을 두고 타 게임과 경쟁했다면 이제는 대중을 놓고 모든 여가시간 놀이거리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지난 6월 열린 NDC 2021 기조연설에서 김대훤 신규 개발본부 총괄 부사장이 밝힌 "기존에 게임이라 부르는 영역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의 경계가 없어지는 시점에서 기존 게임의 영역을 넘어 모든 사람이 즐기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도 이와 맞닿아 있다.

넥슨은 화상채팅과 단순한 감정표현 기능을 넘어 이를 통해 사람들끼리 어울려 노는 상호작용을 강화한 형태의 프로젝트인 'FACE PLAY', 창작자와 소비자의 영역을 허물어 누구나 상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식의 놀이방법을 고민하는 'MOD' 등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넥슨은 인재 채용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넥슨은 올해 초 전 직원 연봉 인상 발표를 통해 인터넷·게임업계 임금 인상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상반기에는 세 자릿수 규모의 신규개발본부 특별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넥슨은 오는 9월 6일까지 하반기 채용형 인턴십 프로그램 '넥토리얼'을 통해 대규모 인재를 선발 중이다. 기존 인턴십 프로그램과 달리 정규직 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고 근무 기간 동안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인재는 별도 인원 제한 없이 모두 정직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정헌 대표는 "넥슨의 새로운 혁신과 성장을 함께 할 인재들을 올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1000명 이상 신규로 채용한다"며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과감한 인재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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