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논란' 머지포인트 사태…전자금융법으로도 못 막는다?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식당에 머지포인트 사용 불가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뉴시스

전금법은 등록업체 대상…상시 모니터링단 구성 목소리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할인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사태와 관련,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개정안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업계의 시각도 나와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의원이 22일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249건이던 머지포인트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가 불과 일주일 만에 4배 가까이(992건)으로 폭증했다.

한 달에 0~10건 수준이던 머지포인트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가 올해 8월에 들어 249건으로 폭증한 뒤 불과 일주일 만에 992건으로 증가했다.

유 의원은 소비자상담이 폭증했지만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공정위가 소비자정책 총괄부처로서 매년 상당한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막상 소비자피해가 폭증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손을 못 쓰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며 "소비자정책위원회 논의, 소비자피해주의보 발령, 소비자기본법 검토 등 공정위가 소비자 권익 보호와 피해 구제를 위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머지포인트 사태 책임론이 금융당국에 이어 공정위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전금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전금법 개정안이 빨리 처리됐다면 이번 사태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선불충전금 보호를 위해 송금액 100%, 결제액의 50%를 외부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한다.

이용자가 맡긴 선불충전금은 예금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음에도 현행법은 이를 외부기관에 보호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최근과 같은 '머지런'(뱅크런+머지) 사태가 발생하면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개정안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업계의 시각도 나온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모습. /뉴시스

다만, 이는 등록 업체에 한해 강제력을 띠는 것이어서 머지플러스와 같은 미등록 업체로 인한 피해까지 예방하기엔 한계가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등록된 선불업자는 총 65개로 이들이 발행한 선불 잔액은 2조4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규모는 등록된 업체만 추산한 것이다. 미등록업자의 경우 발행액수와 업체 수 등 자세한 부분은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전금법 개정안이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막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전금업자가 고객의 선불충전금을 외부기관에 별도 보관하는 등의 소비자 보호 의무 조치가 담겨 있지만, 머지플러스처럼 미등록업자의 경우 딱히 감독을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에선 "금융당국이 수사기관과 관련 범죄를 상시로 모니터링할 수사단을 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사력과 행정력을 보유한 수사당국과 금융 범죄를 상시로 모니터링할 수사단을 꾸려 선제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며 이른바 '디지털금융 상시 모니터링단' 구성을 제안했다.

같은 당 이용우 의원도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에 있어 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금감원이 지난 6월에 머지포인트 사태를 잡을 수 있었다. 당시 카드사와 제휴할 때 머지포인트의 리스크를 확인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에선 머지포인트 사태를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 디지털금융을 감시하는 독립 기관의 설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 체계에서는 제도권 밖 영업 행위까지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전금법 개정안을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간 충돌도 다시 대두되는 분위기다. 한은은 이와 관련해 입장자료를 내고 "지급결제 관련 사항을 제외한 전금법 개정안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며 개정안에서 소비자 보호조항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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