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보수 확 내려갈까…소비자 "개선 필요"·업계 "생계 문제"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17일 부동산 중개보수 개선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 협회, 시민단체 등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덕인 기자

국토부, 17일 '부동산 중개보수' 관련 온라인 토론회 진행

[더팩트│최수진 기자] 정부가 국민들의 중개보수 개선 요구를 받아들여 서비스 개편을 준비하는 가운데 소비자단체와 중개업계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시장 변화에 따른 필요한 움직임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업계에서는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인 만큼 추가 논의를 진행해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소비자단체 "2억~12억 상한요율, 0.4%로 단순화해야"

17일 국토교통부(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는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 △이형찬 국토연구원 본부장 △유선종 건국대 교수 △홍영철 권익위 과장 △최종훈 한겨레 선임기자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 △김광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 △윤상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 등이다.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중개보수의 증가로 국민 부담이 크게 증가해 개선 요구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일반 국민과 협회·학계·시민단체·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토론회를 진행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국토연구원은 중개보수 체계 개편, 중개서비스 질 향상, 중개산업 경쟁력 강화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토연구원 토론회 갈무리

이날 국토연구원은 △중개보수 체계 개편(중개보수 부담 경감, 불합리한 지급 관행 개선) △중개서비스 질 향상(소비자 보호, 중개사 책임 강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중개산업 경쟁력 강화(혁신 강화, 구조 개선, 전문성 제고)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제시한 방안은 3가지다. 1안의 경우 2억~12억 원 구간 상한요율 0.4%(매매 기준) 통일 및 12억 원 이상 구간 상한요율을 현행 0.9%에서 0.7%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2안은 △2억~9억 원 0.4% △9억~12억 원 0.5% △12억~15억 원 0.6% △15억 원 이상 0.7% 등 구간을 세분화하는 것이며, 3안은 2억~6억 원까지 0.4%, 6억~12억 원 0.5%, 12억 원 이상 0.7%로 구간별 누진적 요율을 적용하는 방향이다.

"이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밝힌 윤명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은 계약서를 쓰는 단계에서 수수료에 대해 듣게 되고 계약을 위해서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협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해진 최고요율에 근거해 비용을 지불한다. 그런 부분이 소비자 입장에서 부당하고 투명하지 않다고 본다. 시장경제에 의해 정해진 게 아닌 것 같아서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과거와 지금 세상의 변화, 시장의 변화에 따라 수수료라는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시장에서 다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 토론회 갈무리

이정수 사무총장은 "중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평균 55.7점으로 굉장히 낮다"며 "소비자 불만이 많은데 대안은 부족한 반면 소비자의 정보 탐색 능력은 높아지고 있다. 시장은 앞으로 변할 것이고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나온 3가지 중에는 1안이 제일 만족스럽지만 소비자 부담 경감 부분은 아직도 약하다"며 "거래구간을 두는 것 자체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동일요율 넘어 정액까지 주장하는 소비자도 많다. 거래금액별 가격 달리 책정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서비스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단일요율제를 하면 투명성을 높일 수 있고 제도 운영에도 효율적이다"라고 강조했다.

◆ 중개업계 "국토부 자료, 한쪽 입장만 반영…대화 필요해"

반면 업계에서는 정부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개보수안을 개편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광호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이 자료에는 당사자인 공인중개사 설문이 빠져있다"며 "자료 만들 때 양쪽 입장 다 들어봐야 한다. 외국 중개보수 내용도 없다. 권익위에서 고정요율을 지적했는데 이 자료에는 다 빠져있다. 전월세 전환배율도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공인중개사는 거래 실종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런데 지금 중개보수 인하를 위해 토론회에 참석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토론회에서 우리의 의견을 반영해주길 바라고 그렇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거부 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국토부 실무회의를 4차례 했고, TF회의를 7차례 했지만 진지한 토론을 해본 적이 없다. 상식적이지 못한 상황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김광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중개보수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 토론회 갈무리

윤상화 이사 역시 "2시간 토론 자체가 안타깝다"며 "과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수십만 중개 가족의 생계가 달렸는데 형식적으로 넘어갈 수 있는지 재고해달라. 또, 일각에서 오늘 토론회 이후 국토부가 당장 20일에 발표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답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들이 느끼는 것은 우리도 공감한다"며 "고가구간은 우리가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하겠다. 일반구간에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중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금 방향은 올바르지 않다. 우리를 외면하지 말고 대화를 더 나누고 모두가 만족할 차선책이라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도 "우리와 협의도 안 된 사항을 진행하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 "정부의 독단적인 부동산정책을 공인중개사에게 떠넘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론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토론회가 무슨 의미냐" 등 의견을 내놓았다.

jinny061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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