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사상 최대 실적에도 HMM 흔드는 '노사갈등'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좀처럼 가라앉고 있지 않은 가운데, 지난 한 주 경제계에서도 다소 암울한 이슈들이 쏟아졌습니다.
-먼저 유통업계에서는 GS리테일이 '남혐' 논란에 이어 '여혐' 기업으로 낙인찍히며 젠더 갈등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습니다. 국내 최대 해운업체인 HMM은 노사갈등이 깊어지며 파업 위기까지 처했는데요. 국내 최대 모바일 서비스 기업인 카카오 임직원 10명가량이 밤늦게 사내에서 술판을 벌여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금융권에서는 3개월 간 공석이던 금융감독원 자리가 마침내 채워져 이목을 끌었습니다.
◆ '젠더 논란' GS리테일, 성급한 대처 화 불렀나?
-유통업계 소식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유통업계에는 다시금 '젠더 갈등' 논란이 불거졌죠. 지난 5월 '남성혐오(남혐) 논란'을 빚은 GS리테일이 이번엔 '여성혐오(여혐)' 기업으로 낙인찍혔다고요?
-맞습니다. 최근 익명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GS리테일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들은 "GS리테일이 남혐 논란에 씨앗과 물을 줬으며 되레 여성 혐오를 부추겼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GS25 공식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항의하는 댓글을 달고 '여혐 기업 대총공'을 주제로 한 포스터도 퍼트리고 있습니다. 포스터에는 GS리테일 고객센터에 항의 전화와 팩스를 보내는 방법과 불매운동을 홍보하는 방법 등이 담겼고요.
-다소 갑작스러운 논란이네요. GS리테일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유통업계를 덮친 '젠더 논란'은 도쿄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에 대한 온라인 테러가 자행된 것을 계기로 다시금 불거졌는데요. 여성 누리꾼들은 지난 5월 불거진 GS25 남혐 논란에 대해 GS리테일이 성급하게 대처했고, 이를 계기로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심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엄지와 검지를 모은 집게 손 모양이 과거 평범한 모양이었지만, 논란 이후 혐오 표현의 대명사로 낙인찍혔다는 것이지요.
-GS리테일은 당시 GS25의 '캠핑가자 이벤트'에 포함된 이미지가 남혐을 표현하는 상징이라는 지적을 받자 곧바로 포스터를 수정했습니다. 누리꾼들은 포스터 속 손가락 이미지가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표방한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GS리테일의 사과와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문도 배포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들 단체는 "GS리테일은 해당 심볼이 남성을 조롱하는 의도로 쓰이는지에 대한 어떠한 조사와 판단도 없이 사태를 수습하기 급급해 사과문을 게시했다"며 "성차별주의자들의 알량한 시도에 GS가 고개 숙여 사과한 일은 반인권적인 논리에 힘을 실어준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초 논란을 유발한 담당 디자이너의 징계 철회, 마케팅 팀장 보직 복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은 GS리테일의 진정성 없는 사과가 일부 남성 누리꾼들의 '남혐'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고 있는 것 같네요. 사과를 하고도 여성과 남성 양쪽에서 '젠더 혐오' 기업으로 낙인이 찍힌 GS리테일 입장도 난감하겠네요. 결과적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처럼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회사(GS리테딜)도 살고 남혐이나 여혐을 주장하는 양쪽도 모두 만족하는 모범답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네. 실제 최근 '여혐 논란'과 관련해 GS리테일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당분간 관련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GS리테일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HMM 노조 임금인상 요구 이해는 되는데…간극 줄일 수 있을까
-국내 최대 해운업체인 HMM(옛 현대상선)이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노사 갈등에 웃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사가 임금·단체 협상에서 타협하지 못하면서 파업 위기에 놓여있는데요. 다음 주에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네. 지난 3일 HMM 노사는 3차 임금 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렬됐습니다. 해상노조는 오랜 희생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25%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고 회사는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정상화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며 5.5%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양 측이 극명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어 타결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노조가 임금 25%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HMM의 유례없는 실적에 있습니다. HMM은 지난 1분기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9809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1조193억 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HMM의 2분기 영업이익을 1조2500억 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고요.
-그동안 해운업 불황으로 HMM 직원들의 임금은 8년간 동결됐습니다. 힘든 시기를 버틴 만큼 실적 개선이 이뤄진 올해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거죠. 노조는 경쟁업체와 임금이 두 배가량 차이가 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조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임금인상 요구는 어느 정도 이해 됩니다.
-반면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해운업이 호황인 만큼 임금 인상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현실적인 절충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3조 원의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의 25%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겁니다.
-해운업이 호황인데 파업으로 치닫게 되면 국가적인 손해입니다. HMM의 실적 추락뿐만 아니라 국내 수출기업의 물류 대란이 심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인데요. 정부가 나설까요?
-HMM 노조도 파업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입니다. 노조는 지난 4일 청와대를 찾아 "파업을 피하게 해달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신을 전달했습니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의미입니다.
-해상노조는 오는 11일 회사와 4차 협상을 할 예정입니다. 이날도 합의하지 못하면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입니다.
-HMM의 파업은 우리나라 수출기업 종사자들의 눈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루빨리 임단협을 마무리해서 해운업 호황을 이어가주길 기대해 봅니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