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날이 갈수록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펀드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펀드 순자산은 793조4000억 원에 달합니다. 전년말보다도 73조2000억 원(10.2%)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사모펀드의 경우 순자산이 477조5000억 원 수준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국내를 넘어서 해외 유명 기업들의 M&A(인수합병)에도 나서며 몸집을 불리는 추인데요. 지난 한 주간 주목받은 사모펀드 소식을 <더팩트> 취재진이 추렸습니다. <편집자주>
30일 임시 주총서 이사진 전면 교체‧정관 변경 불발
[더팩트|윤정원 기자] 남양유업의 환골탈태를 꾀하던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대표 한상원)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본래 이달 중 남양유업의 새로운 사내외 이사를 선임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주주들의 반발로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
◆ 한앤컴퍼니, 남양유업 이사진 전면교체 등 9월로 연기
지난 5월 홍원식 전(前) 남양유업 회장 등 오너일가는 한앤컴퍼니에 지분 53%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어 한앤컴퍼니는 이달 30일 진행되는 남양유업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한앤컴퍼니 소속 전문 경영인들은 신규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사내이사에는 이동춘 한앤컴퍼니 전무가 내정될 수순이었다. 이 전무는 소니코리아 디바이스 디비전 부사장 출신. 웅진식품과 SK해운 등에서 기타 비상무이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남양유업 기타비상무이사에는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과 김성주·배민규 한앤컴퍼니 전무가 앉을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미뤄졌다.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정관도 변경할 방침이었으나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집행 임원제도는 집행 임원이 이사회로부터 업무에 관한 의사결정권과 집행권을 위임받아 이를 결정하고, 이사회는 집행임원을 감독하는 시스템이다.
한앤컴퍼니의 새 판 짜기에 제동이 걸린 것은 한앤컴퍼니가 아직 매각 대금 지급을 완료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기존 이사진과 일부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다는 전언이다. 본래 대금 지급 시한은 오는 8월 31일로 예정돼 있다.
다만 이와 관련 한앤컴퍼니 측은 즉각 반발 성명을 낸 상태다. 한앤컴퍼니는 "오늘(30일) 개최된 남양유업의 임시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이전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6주간 연기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앤컴퍼니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앤컴퍼니가 반발하고는 있으나 계약대금 약 3107억 원을 지급하고 경영권을 넘겨받은 뒤에야 이날 처리키로 했던 안건이 처리될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임시주주총회결과 공시를 통해 "금번 임시 주주총회는 연기의 의제가 제안돼 심의한 결과 9월 14일로 연기하는 것으로 결의됐다"라고 밝힌 상태다.
새 경영진을 꾸린 후에야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은데 일각에서는 '남양'이라는 이름을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남양은 기존 오너일가의 성인 '남양 홍씨'에서 따온 이름이다.
◆ MBK파트너스, 두산공작기계 매각 본격화…호반이냐, 세아냐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가 보유하고 있는 두산공작기계 매각전도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지난 2019년 국내외 대기업 등과 협상이 무산된 뒤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했으나 최근 인수 후보자들이 등장하면서 매각에 재차 불이 붙고 있다.
23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현재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들과 협상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거래금액은 2조 원 중반대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시되는 후보는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이 두산공작기계 인수전에 뛰어든 까닭은 신성장사업 진출을 위함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에도 호반건설은 자회사인 호반산업을 앞세워 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대표 송인준)로부터 국내 2위 전선업체 대한전선을 인수했다.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주식 3억4260만782주(지분율 40%)를 2178억 원에 사들였다. 해양케이블·신재생에너지·전력 등 기존 대한전선의 주력 분야와 해외 사업 진출까지 도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의류 제조 수출 업체 세아상역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다. 세아상역은 지난해 STX중공업 내 플랜트 부문을 분할 인수해 설계·조달·시공(EPC) 전문 계열사 세아STX엔테크를 세운 바 있다. 두산공작기계라 인수합병(M&A)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그룹 성장동력을 상승시키고 사업 외연을 넓히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 키스톤PE-에디슨모터스, 쌍용차 인수 나선다
PEF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대표 현상순)는 에디슨모터스와 손잡고 쌍용차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해당 컨소시엄은 30일 쌍용차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쌍용차 인수전에는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및 운영주체로 참여한다. 키스톤PE 등이 재무적 투자자(FI)로 출자하는 구조다. 인수 및 운영 자금은 약 8000억 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조만간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와도 손잡을 계획이다. 현재 출장 차 미국에 있는 강성부 대표가 귀국하면 협력 여부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컨소시엄 구성원인 키스톤PE는 최근 언론사 아시아경제를 인수하며 시장의 주목도를 높인드 운용사다. 대우조선해양건설, STX엔진, 현대자산운용 등에도 투자한 바 있다.
◆ 스카이레이크, IMM에 헬리녹스 2대 주주 자리 넘긴다
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대표 장동우)는 아웃도어용품 전문 기업 헬리녹스에 4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로써 IMM인베스트먼트는 라영환 헬리녹스 대표(지분율 63.2%)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IMM인베스트먼트가 확보하게 된 지분은 약 22%다.
헬리녹스는 이번 투자 유치로 2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편 2024년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대표 진대제)가 설립한 SPC(특수목적법인)인 스카이호라이즌은 IMM인베스트먼트에 2대 주주 자리를 내어주고 3대 주주가 됐다. 스카이호라이즌의 지분율은 기존 33.3%에서 14.8%로 줄었다.
신생 PEF 운용사 헤임달프라이빗에쿼티(헤임달PE‧대표 정현창)의 경우에도 후성그룹 자회사 후성글로벌의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헤임달PE는 30일 후성글로벌이 발행하는 1050억 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는 거래의 잔금납입을 마쳤다. 후성글로벌의 3년 후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성사된 프리 IPO(상장전지분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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