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출점 시기 조율 여부 주목…에루샤 입점도 관건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해 국내 백화점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오는 8월 신규 출점을 앞두고 있는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4차 대유행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오는 8월 20일 동탄점을, 신세계는 8월 말 대전 신세계 사이언스콤플렉스 내에 '대전신세계 엑스포점' 문을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 만에,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대구신세계 이후 5년 만의 신규 점포 오픈이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경기도 최대', 신세계백화점은 '대전 1등' 타이틀을 내걸고 막바지 출점 준비에 한창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지난 2월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이 흥행몰이에 성공하자 신규 점포에서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색다른 공간을 제시할 경우 소비자들의 발걸음과 매출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현대백화점의 경우 더현대 서울 덕에 지난 1분기 매출이 급상승했다. 1분기 현대백화점그룹 매출 6832억 원 중 4974억 원이 백화점 부문에서 나왔으며, 백화점 부문 매출은 더현대 서울 같은 신규점포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당장 정부는 2주간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지속한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이 같은 조치는 8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월에 문을 열더라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당장 한 두달 사이에 방역이 완화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개점이 늦춰질 경우 하루에도 수십 억원의 매출 손실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추석을 앞둔 8월에는 매장 문을 열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특히,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지난 6월 오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 등에 따라 개점을 8월로 한 차례 연기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백화점은 봄·여름(SS) 신상품이 나오는 2월과 가을·겨울(FW) 신상이 선을 보이는 8월에 맞춰서 신규 점포를 오픈해 왔다"며 "코로나19 대확산 상황에 백화점들이 예정대로 출점을 강행하기도 출점을 미루기도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두 회사는 출점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협력업체들과 다 연관돼있어서 (일정 조정은) 손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8월이 넘어야 알 것 같고, 현재는 일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아직은 변동사항이 없다"며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 모두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 입점이 진행된 바가 없어 출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유통업계에선 에루샤 입점 유무가 백화점 브랜드 평판의 중요 잣대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명품의 경우 신규 입점보다 안정적 매출과 객단가 등이 확보된 백화점에만 입점한다. 지역별 쿼터 등을 적용하기 때문에 신규 매장을 늘리기보다 기존 점포를 폐점하고 새로운 점포를 오픈한다.
문제는 양사가 신규 백화점의 커버리지로 간주하는 지역에는 이미 에루샤 중 하나라도 입점한 백화점들이 이미 성업 중이라는 점이다. 신세계백화점 대전엑스포점 인근인 대전 둔산 소재 갤러리아타임월드에는 루이비통이 입점해 있다. 롯데백화점이 동탄점의 커버리지로 생각하고 있는 판교 지역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루이비통이 입점해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사태 이후 국내 명품 소비가 급증하고 있어 에루샤 입점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인근 백화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신규 점포의 매출 기반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선 해당 브랜드들 중 적어도 하나는 입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