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 수수료부터 사생활 침해까지…직방 중개업 진출 '난항'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가 지난달 15일 직방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온라인 중개 서비스 온택트파트너스를 설명하고 있다. /직방 제공

직방 온라인 중개사업 시행…공인중개사들 집단 반발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부동산 정보 플랫폼 업체 '직방'에 대한 공인중개사들의 집단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직방이 온라인 중개사업을 시행하면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밥그릇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직방 논란은 단순히 공인중개사 밥그릇 싸움 때문만이 아니다. 직방의 온라인 중개 서비스는 향후 중개 수수료, 업무 부담, 사생활 침해 등 여러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개 수수료 5대 5 분담…중개사들 "업무 부담 가중될 것"

15일 업계에 따르면 직방은 온라인 부동산 매매 서비스인 '온택트 파트너스'를 설립하고 중개사업에 진출한다. 기존 부동산 중개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다면 온택트 파트너스는 비대면을 지향한다. 공인중개사와의 상담부터 매물 확인, 매매 계약까지 전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직방은 가상현실·3차원 평면도·전자 계약 등을 통해 온라인 중개사업을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중개 수수료다. 공인중개사가 온택트 파트너스를 통해 중개할 경우 공인중개사와 직방은 5대 5로 나눠 갖는다. 이미 공인중개사들은 직방, 다방 등 플랫폼 업체에 매물 광고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에 중개 수수료까지 나누게 되면 공인중개사들의 수익은 더욱더 쪼그라든다. 공인중개사의 수수료 부담은 소비자에게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공인중개사들이 법정 수수료율을 최대치로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두 곳의 공인중개사의 공동 중개는 보통 5대 5로 나누지만 플랫폼 업체인 직방이 수수료의 절반을 가져가는 건 큰 문제다. 직방의 온라인 중개 서비스는 매물을 직접 소개하고 발품을 파는 행위가 아니다. 일은 전부 공인중개사들의 몫이다. 그런데 수수료의 절반을 가져간다는 건 너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직방의 온라인 중개사업에 대해 낮은 중개 수수료와 업무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윤정원 기자

직방 측은 시장 질서에 따라 수수료율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수수료를 낮추는 게 시장 질서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게 직방 측의 설명이다. 직방 관계자는 "수수료율은 기존 공인중개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아파트 공동 중개의 경우 5대 5 분담이 보편적이다. 이미 형성된 시장 질서를 깨뜨리는 게 더 문제라고 판단된다. 낮출 수도, 올릴 수도 없어 수수료율은 변동 없을 것"이라고 첨언했다.

중개 수수료는 줄어들지만, 공인중개사들의 업무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직방에 등록된 공인중개사들은 온라인 중개와 현장 중개를 모두 병행해야 한다. 직방의 온라인 중개는 비대면 중개를 지향하나, 필요시에는 대면 중개도 시행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결국 현장에서 집을 보고 계약을 하기 마련이다. 업계에선 거액의 비용이 드는 부동산 거래를 온라인에서만 보고 집을 구매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직방 공인중개사들은 가상현실 촬영 및 편집 등도 배워야 한다.

◆ 가상현실 촬영 및 동·호수 공개…매도인과의 마찰 '우려'

가상현실 촬영, 아파트 동·호수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직방의 온라인 중개는 아파트 동·호수를 명기할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촬영을 통해 집 내부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집에서 거주하고 있는 매도자 입장에서는 집 내부가 전 국민에게 공개되고 데이터화된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실제로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도 집 내부 촬영 등은 예민한 사안으로 알려져 있다. 직방의 현장 촬영, 온라인 공개, 데이터화 등이 매도인과의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이 유튜브를 통해 대형 부동산 플랫폼 기업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의정부 M공인중개사는 "현장에서는 아파트의 경우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은 거의 하지 않는다. 매도인들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 공개는 매도인 입장에서 거의 메리트가 없다. 신축이라든지 급매 상품의 경우 사진 촬영이 가능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하지 못한다. 굳이 매물을 찍지 않아도 집 잘 팔린다"고 말했다.

다만 직방이 정보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직방 측은 매도인의 철저한 동의를 받을 것이라는 방침이다. 직방 관계자는 "투명한 정보 공개는 허위 매물을 개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수인과 매도인 모두에게 도움 될 수 있다. 처음 시행되는 제도이다 보니 매도인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투명한 정보 공개로 인해 집이 일찍 팔릴 수도 있어 매도인 이익도 클 것"이라고 부연했다.

직방의 시장 독점 우려가 커지자 공인중개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박용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장은 지난 14일 "대형 부동산 플랫폼 기업 '골목상권' 침탈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박 회장은 "플랫폼 기업의 이 같은 행위를 '직접 중개'로 보고 있으며, 결국 기존 영업을 하고 있는 영세 개업 공인중개사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기업의 횡포이자 소상공인 말살 행위"라고 비판했다.

shc@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