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경영 강화하는 롯데그룹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의 올해 하반기 경영 키워드는 '친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움직임에 따라 계열사별로 친환경 영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ESG 경영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만큼, 친환경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롯데 계열사들의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저탄소 원료 전환과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여수·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 원료인 납사 비중을 줄이고 액화석유가스(LPG) 사용량을 늘리는 원료 설비 효율화에 약 14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에틸렌 생산설비의 LPG 사용량을 현재의 20% 수준에서 내년 말까지 약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향후 에틸렌 설비 능력에 따라 최대 50%까지 원료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유가 급등락에 따른 원가 절감, 이산화탄소 저감,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감축을 위해 에틸렌 및 프로필렌 생산공정에 기존 주원료로 사용하던 납사를 LPG로 대체하는 석유화학 업계 기조에 발을 맞추는 것이다. 대산공장은 지난 5월 중순부터 간이 보수를 통해 설비 추가를 위한 사전 공사를 마쳤다. 여수·대산공장은 LPG 설비 외 대기오염원 배출 저감을 위한 공사를 추가로 진행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배출물 감축에도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수소 모빌리티 시장 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부생수소를 활용해 새로운 고압 수소 출하센터와 수소 충전소 구축에 공동 투자하고,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모빌리티 시장 개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친환경 수소 사회 진입에 필요한 액화수소 생산시설에 투자하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고압 수소탱크 기술 등을 협업할 방침이다.
현재 롯데그룹 화학 비즈니스유닛(BU)은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을 2020년 대비 10배 성장시켜 6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친환경 사업 강화 △자원 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 핵심 과제에 약 5조2000억 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역량을 집중한다. 롯데케미칼 개별로는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 원을 친환경 수소에 단계적으로 투자해 매출 3조 원과 영업이익률 10% 수준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뿐만 아니라 롯데 식품사들도 사업 방향을 친환경 중심으로 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과 RE100(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는 자발적 캠페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해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는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음료·주류 제품을 생산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 친환경 제품 개발 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무라벨 생수를 국내 최초로 발매해 주목받은 바 있다. 지난 2월 말부터는 묶음 포장용으로 생산되는 아이시스 제품의 페트병 마개에 부착된 라벨을 없앴다. 또 회사 판매 채널, 지자체 협업 등을 통한 페트병 회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7일 개최된 대한민국 환경대상 시상식에서 자원 순환 부문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무라벨 PB생수 '얼쑤얼水'를 새롭게 선보였다. 용량, 수원지 등 상품 필수 표기 항목은 병뚜껑 라벨지에 표시했다. 또 병뚜껑에 7종의 멸종 위기 동물 그림을 넣어 다른 무라벨 생수들과의 차별화를 꾀한 동시에 환경과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롯데호텔(롯데호텔·L7호텔·롯데시티호텔)은 국내 브랜드 호텔로서 처음으로 객실에서 제공되는 무료 생수를 무라벨 제품으로 대체하며 업계 내 친환경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연간 300만 병의 생수 용기가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하는 롯데호텔은 이번 정책으로 플라스틱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지속가능한 호텔로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지난달 공개한 신규 ESG 경영 슬로건 '그린 스테이 위드아웃 어 싱글 유즈'에 따른 것이다. 롯데호텔은 샴푸, 로션 등을 담는 일회용 용기를 대용량 용기로 교체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홈쇼핑은 2025년까지 총 50곳의 '숨 편한 포레스트'를 조성하는 등 친환경 관련 사회공헌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은평구청 부근 교통섬 면적 300㎡에 총 700그루의 나무를 심어 '숨 편한 포레스트' 2호를 완공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달부터 전국 440여 개 매장에 중소형 폐가전 수거함을 설치하고 있다. 가전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는 데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친환경 녹색 물류를 실현하기 위해 전기택배차 도입도 확대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8일 서울 구로, 경기도 군포와 남양주 등 9개 배송 현장에 전기택배차 18대를 추가 투입했다. 회사는 2030년까지 보유하고 있는 모든 택배차를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롯데 전 계열사가 힘을 모아 ESG 경영 강화를 추진하면서 향후 친환경 기업으로의 전환 움직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이달 초 진행된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옛 사장단 회의)에서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전사적 ESG 경영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특히 이 선언에는 △2040년 탄소중립 달성 △상장 계열사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 구성 추진 외에도 △CEO 평가 시 ESG 관리 성장 반영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보여주기식 ESG 경영은 지양하고 모든 의사결정에 ESG 요소가 적용될 수 있도록 모든 임직원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그룹은 204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 감축 및 친환경 기여 목표를 10년 단위로 설정해 이행해나갈 계획"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공정 효율화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혁신기술 적용 및 친환경 사업을 통해 완전한 탄소중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단계적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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