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하자 재계 반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정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자, 재계가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일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령 관련 입장에서 "중대재해 처벌법 자체가 재해의 근원적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시행령으로 이를 보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며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할 시행령에서 적정한 인력·예산 등 모호한 기준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데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노사정이 함께 실효적 방안 마련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산업 현장에 많은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전경련은 입장문을 통해 "경영 책임자 등이 이행해야 할 의무 범위가 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며 "법률에서 위임한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 등 불명확한 점이 있어, 법을 준수하는데 기업들의 많은 애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중대산업재해의 적용 범위인 급성중독 등 직업상 질병과 관련해 중증도와 치료 기간의 제한이 없어 경미한 부상도 중대재해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며 "이 경우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기업인들에 대한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산업 안전은 경영책임자뿐만 아니라 현장 종사자의 안전의무 준수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며 "향후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 동안 보다 많은 산업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마찬가지로 "산업 협장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반영해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그동안 중대재해 처벌법이 충분한 논의 및 검토 과정 없이 제정된 만큼, 입법보완의 필요성과 함께 경영 책임자 정의와 의무 등의 내용이 시행령을 통해 구체화해야 한다고 수차례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그런데도 경영 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입법예고 기간 등 법안처리 시간을 고려할 때 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 27일까지 시행령에 규정한 경영 책임자 의무를 모두 최초로 이행하는데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며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경제계 공동 건의서를 빠른 시간 내 정부 부처에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행령 제정안에는 △중대산업재해의 직업성 질병 범위 △중대시민재해의 공중이용시설 범위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교육 수강 및 과태료 부과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실의 공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40일 동안 입법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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