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온' 전략으로 두각…IPO 성공은 숙제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최근 남양유업을 인수하며 시장의 이목을 끈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한상원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한앤컴퍼니는 올해로 운영 11년차에 접어든 상태다.
한상원 대표이사는 유사 기업들을 인수해 함께 가치를 상승시키는 '볼트온' 전략 등으로 한앤컴퍼니를 업계 2위 회사로 키워냈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투자기업 경영상황 악화와 잇단 금융권 진입 실패 등은 그림자로 따라붙고 있다.
◆ M&A 통한 시너지 창출의 '강자'…행보 놓고 시장 '시선집중'
남양유업 인수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앤코는 현재 12개 기업을 보유 중이다. 자산 총액은 남양유업까지 더해 18조8000억 원가량이다.
한상원 대표이사는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PE(프라이빗에쿼티)부문 아시아 최고투자책임자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지난 2010년 한앤컴퍼니 설립 후 굵직한 거래를 꿰차며 국내 사모펀드 2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국내 대표 사모펀드 운용사로 거론된다. 한앤컴퍼니의 대표적인 투자는 남양유업을 비롯해 웅진식품, 한온시스템, 에이치라인해운, 쌍용양회 등이다.
이 중 웅진식품은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엑시트) 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3년 적자기업 웅진식품을 1150억 원에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당사의 기업가치를 높여 2018년 대만 퉁이그룹에 2600억 원에 매각했다. 인수 후 5년 만에 투자금의 두 배 이상으로 회사를 팔아 차익을 실현했다.
최근 이슈가 된 한앤컴퍼니의 딜은 한온시스템 지분 매각이다.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한온시스템 지분 70% 매각에 나서 예비입찰을 받는 등 경쟁에 본격 막이 오른 상황이다. 매각 대상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 50.5%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지닌 19.49% 등 69.99%다. 한온시스템 지분가치에 따른 매각가는 8조 원정도로 관측된다.
한 대표이사는 사업 연관성이 높은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해 기업가치를 동반 상승시키는 전략을 취해왔다. 대표적으로 쌍용양회와 대한시멘트 등을 인수해 경영한 사례가 있다. 웅진식품 인수 후엔 동부팜가야와 대영식품 등을 인수한 뒤 퉁이그룹에 매각했다. 한앤컴퍼니는 호텔체인의 식음료사업과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도 영위 중으로, 최근 인수한 남양유업이 이들과 시너지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한 대표이사는 투자한 회사의 가치성장을 위해 긴 시간 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지속된 적자로 어려움을 겪던 시멘트업과 해운업에 투자하고 성공을 거뒀다.
◆ 투자회사 경영난 극복에 IPO도 성공시켜야…돌파구는?
다만 한앤컴퍼니는 앞서 진출한 호텔체인사업, 중고차사업 등에서는 난항을 겪는 추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 탓이다. 한앤컴퍼니는 2017년 호텔현대 인수를 시작으로 전주 르윈호텔, 경북 베스트웨스턴 포항호텔을 추가로 사들였다. 그러나 지속된 객실예약률 하락 등에 경영여건이 나빠졌다.
2018년 인수한 SK엔카직영(현재 K Car, 케이카) 인수를 시작으로 자동차 관련사업에도 발을 들였지만 중고차 시장 역시 종결되지 않는 코로나19 확산 속에 경영난을 지속하고 있다. 케이카는 지난해 4월 시장 위축으로 인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한앤컴퍼니는 보유기업의 상장이라는 숙제도 안고 있다. 현재 한앤컴퍼니는 투자기업인 케이카와 에이치라인해운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통상 사모펀드 회사가 보유한 기업의 상장은 대부분 무산되거나 매각으로 선회하는 등 투심을 확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주인인 사모펀드가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된 자금을 투자금 회수로 가져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분 매각 시 기업 안정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선다면 주가 하락 등 불안요소를 안고 가야한다.
새 투자처 발굴과 영역 확장도 과제다. 한앤컴퍼니는 그동안 제조업과 유통업, 운송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쌓아왔지만 금융업으로 발을 넓히려다 실패했다. 2019년 롯데카드 인수에 이어 푸르덴셜생명 인수까지 고배를 마셨다. 롯데카드 인수의 경우 한 사장이 탈세 혐의에 휘말리며 결국 인수에 실패했다. 이후 무혐의 처분이 나오며 신뢰성 부분에는 큰 탈이 없었지만 당시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1조4400억 원을 인수가로 제시할 만큼 의지가 컸기에 아쉬움이 따르는 사례로 남았다.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 투자금이 유입되는 등 유동성이 커짐에 따라 사모펀드들의 투자여력이 높아지는 점 또한 긴장감을 키우는 요소다.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알짜매물을 향한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한앤코는 경쟁자에 밀려 SKC코오롱PI, SK직영주유소 인수에도 실패한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앤코가 인수한 남양유업은 지난해 높은 영업적자(700억 원)를 냈지만 유보자금이 8000억 원대인 것을 비롯해 업계 내 지배력 등 기업가치가 높은 알짜매물에 속한다"면서도 "새로운 영역 확장과 더불어 성공적 엑시트를 위한 기업가치 상승에 지속적으로 묘수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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