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그룹 대표, 에이블씨엔씨와 대표직 겸임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와 어퓨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실적 개선을 위해 팔을 걷은 모양새다. 일각에선 대표직에 외부인재 영입보다 내부인력 직접 수혈을 실행한 점을 두고 매각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시각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지난달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그룹 대표를 에이블씨엔씨의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IMM오퍼레이션즈그룹은 IMM PE 투자기업의 조직과 전략적 방향 등을 관리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IMM PE는 사업의 내용과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IMM오퍼레이션즈그룹 인력을 에이블씨엔씨 수장으로 삼는 전략을 취했다. 에이블씨엔씨와 IMM오퍼레이션즈그룹의 결정권이 한 사람에게로 집중된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한 의사결정과 전략 실행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 '할리스 매각' 해결사 김 대표…'맨파워' 기대하는 IMM PE
에이블씨엔씨는 IMM PE가 지난 2017년 1882억 원에 지분 25.54%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 실적 부진을 타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한한령 영향에 지난 2018년 영업손실 190억 원을 기록했고, 2019년에 소폭 흑자전환(영업익 19억 원)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다시 영업손실 680억 원을 냈다.
특히 IMM PE는 에이블씨엔씨가 유독 잦은 수장 교체를 겪어온 터라 이번 대표 선임에 고민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블씨엔씨 대표 교체는 지난 2017년부터 창업자인 서영필 대표에서 공동 창업자인 이광열 대표로 변경된 것을 포함해 무려 여섯 번째다.
IMM PE는 김 대표의 맨파워에 기대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졸업 후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지난 2009년 IMM PE에 합류한 이후 할리스에프앤비, 레진코믹스, 태림포장 등의 인수를 주도한 바 있다. 투자부터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경영까지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 2017년 할리스에프앤비 대표로 경영에 참여한 뒤 지난해 KG그룹에 매각을 성공시켰다. IMM PE는 2013년 450억 원 가량에 할리스에프앤비를 인수했고 지난해 9월 1450억 원에 지분 93.8%를 매각했다. IMM PE는 2016년과 2019년에 할리스에프앤비 매각에 나섰다 실패했지만 김 대표가 할리스에프앤비 대표를 맡은 이후 앓던 이를 빼게 됐다. 김 대표는 2017년 부터 대표직을 수행한 3년 동안 할리스에프앤비 매출을 3배 가까이 늘리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에이블씨엔씨의 내부 사정과 전략 등에 대해서도 잘 꿰고있는 인물이다. IMM오퍼레이션즈 그룹의 대표직을 수행하며 에이블씨엔씨를 관리하는 등 지속적으로 회사를 살펴왔다.
IMM PE는 김 대표 선임에 나서며 "외부에서 후보를 찾기보다 에이블씨엔씨 사업 내용과 전략에 대해 이해가 높은 내부 인사를 대표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온라인과 해외사업 강화를 큰 축으로 브랜드 가치 강화를 비롯해 매장 관리, 재고 관리 등 운영 전반 개선 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 본전찾기까지 다소 먼 길…유통업계 침체까지 '첩첩산중'
IMM PE는 잦은 대표 교체에도 뚜렷한 실적 향상이 나타나지 않자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해 '내부 인사' 카드를 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기 투자비용 대비 수익을 내려면 기업가치 끌어올리기가 시급하다. 7일 종가기준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전일대비 2.79% 내린 9400원을 나타냈다. 시가총액은 2541억 원이며 지분에 따른 가치치를 환산하면 1500억 원대에 그친다. 이는 초기 지분매입 금액(1882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유상증자 등 에이블씨엔씨에 투입한 금액이 모두 3900억 원 가량인 것과 비교할 때 본전 찾기를 위해선 주가상승 모멘텀이 필요하다. IMM PE의 인수 전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1만6600원이었다.
일각에선 IMM PE가 매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위해 자사 인력을 대표로 선임했다는 분석도 있다. 인수 4년차에 접어든 IMM PE로선 에이블씨엔씨의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상승을 성공해 내야함과 동시에 추후 매각까지 고려해야 하는 타이밍에 접어들었다. 사모펀드는 통상 경영권 인수 후 5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매각에 나선다.
다만, 반드시 IMM PE의 이번 인사가 빛을 보리라는 보장은 없다. 앞서 대표직을 지냈던 정일부, 이해준 전 대표도 IMM PE 측 인력이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대표 바로 직전 수장이었던 조정열 전 대표는 로레알 파리 등 브랜드 론칭 경험이 있어 화장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바있다. 그러나 조 전 대표 역시 영업익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현재 김 대표가 오기까지 실적은 지지부진한 그래프를 그렸다.
김 대표가 설정해 펼칠 전략이 특효를 낼 지도 미지수다. 취임 당시 온라인과 해외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는 앞선 대표들도 과제로 삼았던 부분이다. 특히 조 전 대표는 지난해 164개의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며 온라인 사업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에 온라인 매출 비중이 소폭(12%→23.7%) 늘었으나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해 영양가 없는 소득이었다.
화장품 사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도 현재로선 암울하다. 2017년부터 시작된 로드샵기업 침체기는 뾰족한 타개책을 내기 어려운 수준에 처했다. 국내 화장품 가맹점 수는 지난 2017년 4374개에서 지난 2019년 2876개로 34% 급감했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다시 유행 조짐이 번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도 해외유통과 맞물려 사업을 진행하는 에이블씨엔씨로선 난감한 국면이다.
IMM PE 관계자는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실적 회복 전략에 대한 답변은 주지 않았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