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뛰어드는 라이나생명, 안착까지 첩첩산중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이 한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최근 최종 승인했다. /더팩트 DB

외국계 1호 디지털 손보사 

[더팩트│황원영 기자] 라이나생명의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이 국내에 디지털 손해보험사(손보사) 설립을 추진한다. 캐롯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등이 디지털 보험 시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카카오 손보에 이어 외국계 디지털 보험사까지 뛰어들면서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익성은 물음표다.

6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한국에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최근 최종 승인했다. 신설되는 손보사는 라이나생명과 마찬가지로 시그나그룹이 100% 출자해 설립된다. 자본금 규모는 확정하지 않았다.

국내 디지털 보험업에 외국계 회사가 출사표를 낸 것은 처음이다. 기존 디지털 보험사로는 교보생명의 교보라이프플래닛, 한화손해보험의 캐롯손해보험이 있다.

그뿐 아니라 하나금융그룹 자회사 하나손보 역시 디지털 보험사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금융당국에서 디지털 손보사 설립 예비 허가를 받았다. 시그나그룹이 손보사 설립을 마친다면 외국계가 설립한 1호 디지털 손보사가 된다.

설립 시기는 미정이지만 시그나그룹은 연내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예비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국내서 보험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는 게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시그나그룹은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에 나선다. 시그나그룹은 미국을 포함해 30개국에서 보험·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으로 국내에 진출해있으나 헬스케어 사업을 위해서는 생보사보다 손보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디지털 보험사가 실질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경우 출범 첫해부터 현재까지 8년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31억6100만 원, 2019년에는 150억7600만 원이었다. 캐롯손보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책정하는 퍼마일 자동차보험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실적은 마이너스다. 출범 첫해인 지난해 캐롯손보는 38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디지털 보험사로 전환한 뒤 68억 원의 적자를 냈다.

디지털 보험사의 주요 고객층이 20~30대로 구매력이 크지 않은 데다 보험료가 낮은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 상품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또 비슷한 시기에 빅테크 출신 카카오 손보가 사업을 시작하면 출범과 동시에 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보험업계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력 채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의 경우 전체 직원 중 정보기술(IT) 인력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지난 3월부터 추가로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인력 확충이 이뤄지지 않았다. 보험 산업에 전격 진출한 카카오 역시 3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IT 직군 수요가 절반에 이른다.

기존 보험사들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KB손해보험 등은 올 초부터 개발직군을 상시 채용 중이다. 현 상황에서 디지털 손보사에 진출한 시그나그룹이 원활한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카오나 대형 보험사 대비 인력을 흡수할만한 메리트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다른 보험사와 차별화된 상품 또는 서비스를 내세워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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