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일 5시 재입찰 마감 예정
[더팩트|윤정원 기자] 중흥그룹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우건설 인수전이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재입찰에 나서면서다.
1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오는 2일 대우건설 매각 재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KDB인베스트먼트 측은 재입찰에 나선 까닭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중흥그룹이 인수를 포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재입찰을 결정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앞서 중흥그룹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 적어낸 대우건설 입찰가는 5000억 원이나 격차를 벌렸다.
지난달 25일 진행된 본입찰에서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가로 2조3000억 원(주당 1만1000원),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1조8000억 원(주당 8500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중흥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일각에서는 중흥그룹이 이미 우선협상자로 결정 났다는 이야기까지 불거졌다. 다만 KDB인베스트먼트는 아직 결정 난 바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달 30일에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이토록 큰 입찰가 격차는 중흥그룹의 '통 큰 베팅', 혹은 '오버 베팅'에서 비롯됐다. 입찰을 앞두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인수 의사를 확정 지은 중흥그룹의 긴장도는 배가됐다. 호반건설은 지난 2018년 1월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된 바 있는 기업으로, 중흥그룹과 마찬가지로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흥그룹 측에서는 충분히 견제할 만한 대상이다.
중흥그룹의 인수 실무를 맡은 미래에셋증권에서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8년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호반건설 등과 관계해 이들의 전략을 파악했다는 노하우를 피력하며 중흥그룹과 협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중흥그룹의 입찰가만 높여 재입찰을 이끌어낸 꼴이 됐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매각 작업이 원칙 없이 번복됐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재입찰에 나선 것은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낮아서 재입찰하는 경우는 있어도 가격이 높아서 재입찰하는 사례는 없지 않나. KDB인베스트먼트가 향후 불거질 논란을 예견하면서도 재입찰에 나선 것은 이번에는 반드시 매각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번 재입찰로 인해 중흥그룹은 인수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회가,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은 매각가를 높여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양측 모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향후 KDB인베스트먼트는 두 후보 중 MRP(최저입찰가) 이상을 제시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MRP는 총 2조 원(주당 9500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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