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부터 쿠팡 불매까지…'기업 이미지 사수' 사활
[더팩트|이민주 기자] 유통업계에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 트렌드가 활발해지면서 비윤리적인 기업 상품을 불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GS25와 쿠팡 등이 최근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가운데 업계는 '불똥'을 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S리테일을 둘러싼 '남성혐오(남혐)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전날(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GS25가 판매 중인 샌드위치 포장에 있는 손가락 모양이 '남혐'을 상징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누리꾼이 공개한 포장 사진 속에는 여성으로 추정되는 조리사가 샌드위치용 식빵을 들고 선 모습이 담겼다.
그림의 조리사는 검지와 엄지 손가락 두 개로 빵을 들고 서 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조리사의 손가락 모양이 극단적인 페미니즘을 표방한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누리꾼은 "GS25 이제 숨은그림 찾기 하네요. 누가 식빵을 저렇게 잡냐"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GS25는 즉각 해당 샌드위치 8종의 발주 및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 25일 입고된 이래 판매되지 않은 상품 폐기를 100% 지원하고, 미납된 상품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상품 포장 역시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즉각적인 대처에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GS25 불매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누리꾼들은 "GS그룹 계열사를 다 가지 않겠다. 주유소, 편의점, 마트도 마찬가지다"(****러문), "관련 논란이 시작되고 한 번도 GS25를 가지 않았다"(****빠이), "GS25를 절대 가지 않겠다.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다른 곳에서 사라 한다"(**사람)고 말했다.
GS리테일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초 GS25가 제작한 행사 포스터에서 시작된 '남혐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1일 GS25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개된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에 포함된 손가락과 소시지 이미지와 관련 "남성 혐오를 표현하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왔다.
남혐 논란을 수습하기도 전에 일명 '파오차이 논란'까지 불거졌다. GS25가 판매 중인 '스팸 계란 김치볶음밥 주먹밥' 제품의 중국어 표기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면서다. 파오차이는 중국식 절임 채소를 뜻하는 말로 최근 중국에서 문화 동북공정을 내세우며, 우리나라 김치도 파오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곧바로 MZ세대를 중심으로 GS25 불매운동이 진행됐다. 지난 2019년 일본 불매운동에 사용한 것과 유사한 슬로건도 나왔다. 주요 포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Gㅏ지 않습니다. Sㅏ지 않습니다. GS칼텍스와 GS샵 역시 가지도 않고 사지도 않습니다"(ajab***) 등 불매운동 의지를 밝힌 누리꾼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쿠팡 역시 최근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불매운동 타깃이 됐다. 지난 17일 경기 이천시 덕평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일각에서 쿠팡의 노무 및 안전 환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쿠팡 불매·탈퇴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쿠팡이 화재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였던 일련의 대처가 적절치 못했다는 점을 불매운동의 원인으로 꼽는다. 쿠팡이 강한승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누리꾼들의 분노는 잠잠해지지 않는 분위기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SNS 트위터에는 '쿠팡탈퇴'를 적은 트윗이 17만 건을 넘어섰다. 쿠팡은 이후 덕평 물류센터 직원 97%를 타 센터로 전환배치하고, 인근 주민 피해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관련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코로나19 사멸 논란'으로 새 주인을 맞았으며, 무신사 역시 '남혐 논란'으로 대표를 교체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퇴했으며, 조만호 무신사 창업자는 최근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업계는 '미닝아웃'과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이 늘어난 결과라며, 당분간은 관련 트렌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 좋은 품질의 상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브랜드, 기업의 가치를 보고 소비를 하는 시대가 됐다"며 "특히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는 제품보다도 이를 만드는 기업에 집중한다. 어느때보다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 관리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닝아웃 소비가 불매운동의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신념, 가치에 맞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트렌드 역시 미닝아웃 트렌드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착한 기업의 물건을 사주는 '돈쭐(돈+혼쭐)' 신조어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오히려 이를 잘 이용한다면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