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부르면 가겠다…보험사 인력 유출 '비상'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이르면 올해 말 카카오손보 출범을 앞두고 3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다. /더팩트 DB

카카오페이, 300여명 대규모 채용 나서

[더팩트│황원영 기자] 카카오가 디지털 손해보험사에 전격 진출하면서 보험사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가 탄탄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인재 모시기가 시급한 기존 보험사들은 신규 채용은커녕 기존 인력 유출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이르면 올해 말 카카오손해보험(카카오손보) 출범을 앞두고 30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다. 당초 200명 수준을 뽑을 예정이었으나 본격적인 디지털 손보사 운영을 위해 채용 규모를 늘렸다.

보험상품 개발 및 마케팅, 정보기술(IT) 부문 직원을 중심으로 채용할 계획인데 이 중 IT 직군 수요가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회사 인력을 포함한 카카오페이의 인력 규모는 1000명 수준이다.

카카오손보는 지난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보험업 예비인가를 받았다. 빅테크의 최초 보험업 진출이자 신규사업자가 통신판매전문보험사(디지털 보험사) 예비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카카오손보는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가 각각 60%, 40% 출자한 자본금 1000억 원의 디지털 보험사로 운영된다. 보증보험, 재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 종목 전부를 취급할 수 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보험업계에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손보는 6개월 이내에 허가요건인 자본금 출자·인력 채용·물적설비 구축 등을 이행한 후 금융위에 본허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연내 본허가를 목표로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기존 임직원 중 일부를 보험사업추진 TF(태스크포스)로 보내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당분간은 출범 준비를 위해 개발인력 확충에 집중하겠지만 향후 영업을 위한 상품 기획 및 관리, 개발, 리스크 관리, 소비자보호 등 기존 보험사 인력에서 꾸준한 채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보험업계에선 카카오손보에 본사 핵심인력을 뺏길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돈다. 카카오가 보험업에 처음 진출한 만큼 경력직 채용에 적극 나설 수 있어서다.

카카오는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성장성, 기존 보험사를 능가하는 연봉 수준과 복지 혜택으로 인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3년 근무 시 한 달 안식 휴가와 200만 원 휴가비 지급, 영어·중국어 사내 어학교육 진행, 직장 어린이집 운영 등 다양한 복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앞서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도 기존 금융권에서 상당한 인력을 흡수했다.

임직원들에게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이직을 부추기는 요소다. 카카오뱅크는 연내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카카오페이도 조만간 유가증권시장 예비상장심사를 통과할 전망이다.

게다가 인터넷은행 간 인력 이동이 제한돼 있다는 점은 기존 보험사에서의 인력 유출 가능성을 높인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 등과 신사협정을 맺고 양사간 인력을 빼가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카카오가 채용 시장에 뛰어들면서 보험사들의 구인난도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기존 보험사는 IT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KB손해보험 등은 올 초부터 개발직군을 상시 채용 중이다. 카카오손보와 같은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 역시 지난 3월부터 개발자를 뽑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평균 연봉이 높은 편이지만, 카카오의 성장 가능성과 스톡옵션, 복지, 업무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직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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