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취임 3년'…LG '선택과 집중' 전략 通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이 오는 29일 취임 3년을 맞는다. /LG그룹 제공

오는 29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3년…'OLED·배터리·전장' 투자 확대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오는 29일 취임 만 3년을 맞는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체제' 전환 이후 3년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분야는 과감히 정리하되, OLED와 배터리, 전자장비(전장) 등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는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LG그룹의 대대적인 체질개선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6월 29일부터 공식적으로 LG그룹을 이끌게 된 구광모 회장이 취임 3년을 앞두고 있다. 취임 당시 41세의 젊은 나이에 재계 서열 4위인 LG그룹을 책임지게 됐다는 점에서 구광모 회장의 경영 능력과 관련해 우려의 시선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유의미한 성과가 이어지며 현재는 경영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있는 상태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18조8095억 원, 영업이익 1조5166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 신기록을 세웠다. LG화학도 1분기 창사 이래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처음 돌파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오른 275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예고했다.

주력 사업 부문은 물론 그룹 차원으로 육성 의지를 드러낸 미래 신사업 부문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구광모 체제 아래 LG그룹은 사업 정비를 통해 얻은 여력을 미래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OLED·배터리·전장'이라는 '뉴LG'의 기둥을 세웠다.

OLED 분야에선 패널·TV 제조사인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 OLED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과 파주 공장 투트랙 생산 체제를 가동, 생산 수율을 높여 지난해 450만 대 수준이었던 OLED TV 패널 생산량을 올해 800만 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LG전자는 올레드 TV를 통해 최근 세계 TV 평가(컨슈머 리포트)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LG그룹 제공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 능력(연간 120GWh)과 특허(2만3610건)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LG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고, 올해 안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IPO를 통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미 GM과 각각 1조 원씩을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총 3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2023년까지 생산 능력을 두 배 이상 확대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장 분야에선 LG전자가 오는 7월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약 1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포테인먼트(VS사업부), 파워트레인(마그나 합작법인), 램프(ZKW) 등을 3대 축으로 전장 사업을 가속화한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X) 역량을 강화해 미래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구광모 회장이 집중한 일이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AI 연구 전담 조직을 만들고, 우수 인재를 영입하는 등 지난 3년간 AI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었다. 기술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LG그룹이 조만간 AI·로보틱스 분야에 대한 M&A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3년 구광모 회장의 행보를 설명하는 데 공격적인 미래 투자만 언급되는 건 아니다. 성장이 멈춘 분야를 청산하는 것으로부터 LG그룹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결단력이 빛난 사례로는 스마트폰 사업 정리가 꼽힌다. 연이은 적자에도 사업적 중요도를 고려해 쉽게 포기하지 못했던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지난달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이처럼 구광모 회장이 정리하거나 매각한 비핵심·부진 사업은 10여 개에 달한다. △LG전자 연료전지 사업 △LG전자 수처리 사업 △LG디스플레이 조명용 OLED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LG화학 편광판 사업 등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 정리와 관련한 과감한 결단이 있었기에 LG가 미래 성장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결과물이 하나둘 늘어나면 구광모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은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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