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파급력 크지 않아"…적발 자체 어렵다는 지적도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정부가 무등록체에 하도급을 못 주도록 하는 등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현장 내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미지근한 반응이 나온다.
지난 22일 건설현장의 부조리 및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앞서 발생한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서 불법 하도급 문제가 사고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국토교통부가 처벌을 강화하는 조처를 한 것이다.
지난 9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는 철거 작업 중이던 한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면서 버스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9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인해 불법 하도급 논란도 불거졌다. 철거 과정에서 이미 공사를 담당한 업체가 다른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재하도급 형태로 불법 공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이에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사고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시공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건설사도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건설시장에서 퇴출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기존 현행법에도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건 불법이었으나, 삼진아웃제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진아웃제는 건설사가 5년 이내 3번 이상 불법 하도급을 저지르는 경우 건설업 등록이 말소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일괄·동종·재하도급의 경우에만 삼진아웃제가 적용됐다.
다만 건설업계에선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정부가 개정안을 통해 불법 하도급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이미 규제가 존재했을뿐더러 제도적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대형 건설사의 경우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는 현장에서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애초에 경쟁 입찰을 통해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애초에 하도급 입찰은 건설 면허 등록번호를 제출해야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다만 소규모 건설사나 하도급 업체가 불법적으로 재하도급을 줄 때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적발하는지도 문제다. 불법 하도급의 경우 시행사와 조합장 사이, 하도급 업체와 재하도급 업체 사이에서 물 밑 작업으로 이뤄지는 계약이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물 밑 작업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도급 업체는 조합과 시행사와 협의해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 조합장이 어느 정도는 개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 특정한 감사 체계가 없고 당사자의 신고와 제보로만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한, 원청업체가 현장을 주시하지 않으면 실제 공사에서 불법 하도급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원청 업체가 면허가 있는 하도급 업체를 선정하더라도 하도급 업체가 공사비를 아끼기 위해 원청업체에 알리지 않고 무등록업체에 재하도급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설사가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제공해 적발된 사례는 총 131건(영업정지 39곳, 과징금 92곳)이다. 국토부 건설정책과는 "불법 하도급의 경우 적발되는 것보다는 이면 계약이 많다. 물 밑에서 이뤄지다 보니 모든 위반 건수를 적발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토부 측은 "향후 무등록자 하도급 등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는 불법 하도급을 근절해 건설공사를 적정하게 시공하고, 건전한 건설시장이 확립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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