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파트너스, 대주주적격성 심사 신청 안 해
[더팩트│황원영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키로 한 가운데 딜 클로징(인수계약 완료)이 난항을 겪고 있다. JC파트너스가 지난해 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 6개월째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에서는 JC파트너스의 자금 조달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KDB생명의 경영 실적과 기업 이미지가 악화된 만큼 JC파트너스가 인수 효과에 의문을 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 직원들의 고용 불안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인수에 따른 절차인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 내에서는 JC파트너스가 이달 초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KDB생명 SPA를 체결했다. JC파트너스는 KDB칸서스 밸류(KDB-Consus Value) PEF 및 특수목적회사(SPC)가 보유한 KDB생명 보통주 약 8800만주(지분율 92.7%)를 2000억 원에 매입한 후 KDB생명에 1500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실시키로 했다.
산은은 지난 2010년 3월 금호그룹 구조조정 및 금융시장 안정책 일환으로 당시 금호생명을 약 65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6년까지 3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2017년부터 경영효율화와 전문 경영진 선임 등의 노력으로 매각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KDB생명이 3전4기 끝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았지만 걸림돌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426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KDB생명은 올해 들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8억5500만 원으로 전년 동기(433억8600만 원) 대비 98.0% 대폭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9% 감소한 257억2800만 원을 기록했다.
기업 가치 상승을 통한 재매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는 사모펀드 특성상 실적 악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KDB생명은 지난 3월 최철웅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하고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KDB생명은 지난달 종신·보장보험 등의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고 일부 변액보험의 보증 비용을 높였다. KDB생명 보험 가입자들은 높은 보험료를 내고도 더 적은 해지환급금을 받게 됐다. 소비자에게 재원 마련 부담을 떠넘긴 셈이다.
KDB생명은 보험사 민원왕이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생명보험사 민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KDB생명의 보유 계약 10만건당 분기별 민원 빈도는 분기별로 56.69∼60.34건에 달했다. 2위인 KB생명(11.85∼16.62건)과 비교하면 5배에 달하는 수치다. 2년 연속 최다 민원 보험사로 등극한 것은 물론 지난해 민원 건수도 전년과 비교해 무려 4배 가까이 상승했다.
민원건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소비자 평가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이 평가하는 올해 좋은 생명보험사 순위에서 KDB생명은 24곳 중 꼴찌를 기록했다. KDB생명은 보험금부지급율이 3.08%에 달했고 불완전판매비율도 1.2%로 높았다. 여기에 수익성 21위, 안정성 18위 등을 기록했다.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급여력(RBC)비율도 하위권이다. KDB생명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200.6% 수준이었으나 올해 1분기에는 187%까지 하락했다. 이는 생명보험사 중 19위로 밑에서 5번째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할 당시부터 RBC 비율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자본 확충이 시급하지만 신용평가 하락 위기에 빠져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최근 정기평가를 통해 KDB생명의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A+/하향검토한다고 밝혔다. 앞서 JC파트너스가 KDB생명을 인수키로 한 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이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에 나선 바 있다. 대주주가 사모펀드(PEF)로 변경될 경우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이 사라지고 시너지·이익 등이 감소할 수 있어서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자본 조달금리가 오르고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보험 가입자 유치 등 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IFRS17 및 국내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JC파트너스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미루는 데 대해 자금조달 상황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JC파트너스는 KDB생명 초기 인수 자금(1500억 원)을 구하지 못해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도 JC파트너스의 자본 지원 수준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JC파트너스 관계자는 "일부러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미룬 것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관련 절차가 늦어졌을 뿐 금융당국과 계속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KDB생명의 경영 실적과 소비자 평가 등에 대해서는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인 만큼 인수 이후 적극적인 건전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전문운용사로서 다양한 복안과 인력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