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이달 중 제출 예상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예상 몸값만 20조 원으로 점쳐지며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크래프톤이 중복청약 막차를 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크래프톤이 상장 일정을 진행해 온 속도를 볼 때 중복청약이 가능하도록 공모를 진행할 것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번주 안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중복청약 막차를 탈 수 있다.
IPO시장은 현재 공모주 중복청약 금지 시기가 다가온 상태다. 앞서 금융당국이 오는 20일부터는 복수의 증권사를 통해 청약을 신청하는 것을 금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20일 이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건까지 중복청약이 허용될 전망이다.
증권신고서는 상장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것을 나타내는 서류로, 신고서를 통해 공모가 산정 방식과 일정 등이 공개될 전망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에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공모가 확정, 일반 청약 등의 절차를 거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게 된다.
크래프톤이 현재 시장으로부터 2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얻고있는 만큼 서둘러 일정을 진행해 중복청약이 가능해진다면 높은 청약증거금 기록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4월말 SKIET의 공모주 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17억 원에 이르는 증거금이 몰렸다.
크래프톤이 최근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 밸류에이션과 청약 흥행 여부에 따라 넷마블의 공모규모를 경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게임업계에서 최대 기록을 세운 것은 지난 2017년 상장한 넷마블(2조6617억 원)이다. 크래프톤은 전체 상장주식 수의 20%를 공모하면 가치로 산정된 20조 원 기준 공모액이 4~6조 원 규모에 달한다.
또한 하반기 IPO 대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크래프톤이 공모를 서두를수록 전략적으로도 유리한 상황이다. 앞서 크래프톤과 비슷한 시기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4월 8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뒤를 이어 같은달 15일 카카오뱅크가, 26일에는 카카오페이가 각각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심사에 통상 45영업일 가량(2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크래프톤에 이어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승인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IPO에 나서는 기업들은 모두 예상 기업가치가 조 단위에 이르는 기업들로, 공모시기가 겹치거나 늦어지면 시중의 자금이 분산될 수 있고 기관자금 등 확보에도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다른 IPO 대어들 보다 앞서 일정을 진행해 안정적으로 투자수요 및 기관자금 등을 선점할 전망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 이후 공모주 투자에 대한 열기가 다소 사그라든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SKIET는 상장 당일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도달을 뜻하는 은어)에 실패하고 5월에 상장한 기업들 중에는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곳들이 속출하면서 시장에는 공모주투자에 대한 관심이 우려되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이달 중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것만 정해졌다"며 구체적인 제출 시기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크래프톤은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로 알려진 대형 게임사다. 게임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중이며 딥러닝과 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분야의 사업도 함께 발굴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2020년 연결 기준 실적은 매출 1조6704억 원, 영업이익 7739억 원, 당기순이익 5563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6%,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5.4%, 99.5%씩 성장한 수치다. 자기자본은 1조2141억 원, 부채총계는 5050억 원 규모이며 부채비율은 69.4%에서 41.6%로 내렸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23조 원대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지분은 장병규 의장 외 13인이 40.9%를 보유 중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빠른 증권신고서 제출로 중복 청약이 가능해진다면 청약 흥행은 맡아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조금이라도 유리한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