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OTT 아닌 척 말라"vs LGU+ "콘텐츠 인상률 과도해"
[더팩트│최수진 기자] 콘텐츠 사업자인 CJ ENM과 플랫폼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간 갈등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실시간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12일 자정을 기점으로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에서 CJ ENM 콘텐츠 송출이 중단된 데에 대해 서로가 상대측에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CJ ENM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콘텐츠 가치를 상향하고, 콘텐츠를 헐값에 쓰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LG유플러스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과도한 요구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 CJ ENM "LGU+, 아무것도 내놓지 않고 우리측 요구는 전부 거절"
12일 CJ ENM은 이날 오전 나온 LG유플러스의 입장을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하며 "LG유플러스 측은 협상 테이블에 나와달라는 CJ ENM의 요구에 시종일관 외면하기 전략을 고수했다"며 "이것이 이번 협상 결렬의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올해 양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쟁점은 크게 2가지"라며 "LG유플러스 OTT 서비스의 당사 채널 제공 가입자수 산정 문제와 LG유플러스 OTT를 어떤 서비스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입자 규모를 파악해 콘텐츠 공급 대가를 산정해야 하는데, LG유플러스 측에서 답변을 내놓지 않아 정확한 산정이 어려웠다는 것이 CJ ENM의 입장이다. 가입자 규모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의 기여도를 검토한 후 적정한 수준의 대가를 협의하는 게 원칙이지만 LG유플러스가 5차례에 걸친 실무 미팅 및 공문(미팅 4차례 3월 16일, 24일, 30일, 4월 2일, 공문 1차례 4월 5일)에도 구체적인 답을 주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CJ ENM은 "LG유플러스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해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도 없었다"며 "협상이 한치의 진전도 없어 내부적으로 추정한 가입자 규모를 산정해 공급 대가를 제안할 수밖에 없었으나 LG유플러스는 이마저도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플랫폼 문제도 꼬집었다. LG유플러스 측은 'U+모바일tv'를 모바일 IPTV라고 규정했으나 CJ ENM은 해당 플랫폼이 명확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점을 강조했다.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입과 탈퇴가 가능하며, IPTV에는 없지만 OTT에 공급되는 콘텐츠가 있다는 점을 근거 삼았다.
CJ ENM은 "기존에 LG유플러스 OTT 공급 대가로 받아왔던 금액 자체가 적어 인상률은 큰 의미가 없다"며 "LG유플러스의 자의적인 서비스 정의 및 기초 자료(이용자수)조차 공유하지 않은 협상 전략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실시간 채널 중단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신사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부가서비스로 콘텐츠를 헐값에 쓰는 관행은 이제부터라도 개선돼야 한다"며 "플랫폼사에서 콘텐츠 대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해줘야만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재투자가 가능하다. 향후에라도 유의미하고 생산적인 새로운 접점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LG유플러스 "과도한 금액 요구…국내 미디어 산업에 악영향"
이번 문제는 CJ ENM과 LG유플러스의 계약은 지난해 12월 종료됐지만 콘텐츠 대가 산정과 관련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 6개월간 재계약이 미뤄지면서 발생했다. 결국 12일 자정을 기점으로 'U+모바일tv' 에 공급돼온 CJ ENM 10개 채널이 중단됐다.
송출이 중단되는 채널은 △tvN △tvN 스토리 △O tvN △X tvN △올리브 △채널 다이아 △중화TV △엠넷 △투니버스 △OGN 등 10개다. 이는 실시간 채널만 해당하며, VOD 서비스(TV 다시보기)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된다.
LG유플러스의 입장은 CJ ENM과 정반대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오전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CJ ENM의 과도한 사용료 인상 요구로 협상이 결렬됐다"며 "이용자 불편을 초래한 책임은 CJ ENM에 있다"고 말했다.
CJ ENM이 U+모바일tv 콘텐츠 사용료로 전년 대비 2.7배 증가한 금액을 요구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입장이다.
LG유플러스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두 자릿수 인상안을 수차례 제시하며 협상에 임했으나, CJ ENM은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한 175% 인상 요구를 고집했다"며 "통상적인 인상률이 10% 이내임을 감안하면 CJ ENM의 주장은 무리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LG유플러스는 송출 중단 직전까지도 CJ ENM 측의 합리적인 제안을 요청했으나, CJ ENM이 추가 제안 없이 당일 오후 송출 중단을 고지해 불가피하게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앞세운 CJ ENM의 일방적인 사용료 인상 요구는 국내 미디어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CJ ENM의 주장이 계속될 경우, 최근 정부 주재로 진행 중인 플랫폼과 PP의 상생협력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원활한 시청권 확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KT도 CJ ENM과 협상 중…'시즌'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볼까
KT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인 '시즌'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KT와 CJ ENM 역시 최근까지 콘텐츠 대가 산정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11일자로 협상 기한은 종료됐다. 다만, 추가 협상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당장 송출 중단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추가 협상에서도 양사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계약에 따라 CJ ENM은 KT에 콘텐츠 송출 중단 관련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이후에도 KT와 CJ ENM의 입장이 그대로라면 KT 역시 이달 중으로 시즌에서 CJ ENM의 실시간 채널 송출이 중단될 전망이다.
이에 IPTV 3사는 CJ ENM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가 속해있는 한국IPTV방송협회는 이번 문제에 대해 "IPTV사가 콘텐츠 수급 비용에 인색하다는 CJ ENM의 주장은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CJ ENM은 과도하고 불합리한 요구를 지양하고, 한정된 유료방송재원 속에서 IPTV사와 함께 산업 전체 파이를 키우는 방안을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호성 CJ ENM 대표는 지난달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시대가 도래한 것은 인프라, 유통 구조가 선진화됐기 때문이 아니라 K-콘텐츠가 우수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콘텐츠가 우수한 만큼 유통·분배 관련한 시장 구조도 선진화돼야 한다. IPTV와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제작비의 3분의 1 정도만 수신료로 받는다. 저희는 늘 불안하다. 결국 나머지 금액은 부가 수입에서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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