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보복 운전'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 집행유예 선고 다음 날 경영권도 빼앗겨
[더팩트|정리=윤정원 기자] -이른 무더위에 잦은 비까지, 냉·온탕을 오가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교차가 15도 안팎까지 벌어지기도 하고요. 오락가락하는 날씨와 맞물려 경제계도 갖은 논란으로 정신없는 한 주였습니다. '보복 운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은 끝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고, '남혐' 대표주자로 일컬어지게 된 GS25는 '파오차이'와 '알바생 욕설'로 또다시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씨티은행 인수전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복수의 금융사가 예비적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고 알려졌는데, 인수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막말'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의 행보도 말 산업계의 중대 이슈입니다. 정부와 재계 인사 간의 회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입니다. 전국민적으로 주목도가 상당한 이재용 부회장 사면 이야기부터 살펴보시죠.
◆ 정부·재계 릴레이 회동에 힘 받는 '이재용 사면론'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문제는 단순히 재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소식인데요. 최근 정부와 재계 인사 간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이 부회장 사면론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입니다. 여론도 그의 사면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듯하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고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는 지난 1월 형이 확정된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초반에는 구호에 그치는 모양새였죠. 청와대에서도 '시기상조론'을 내세웠고요.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국민의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며 가능성을 여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이후 경제계를 중심으로 이 부회장을 경영 현장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었죠.
-특히 지난 한 주 동안 정부와 재계 간 릴레이 회동이 이뤄지며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에 더욱더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 참석) 간 오찬 간담회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여기에 김 부회장이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죠. 의견을 들은 문 대통령은 "고충을 이해한다. 공감하는 분이 많다"라고 언급했고, 이는 재계 안팎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이전보다 진전된 메시지라는 것이죠.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 당시만 해도 ‘시기상조론’을 내세웠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 차가 분명 있습니다.
-지난 3일에도 재계 기대감을 높이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 관련 언급이 있었는데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국무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재차 요청했습니다. 이에 김부겸 국무총리는 "대통령께 재계 건의를 전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4일에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 5대 그룹 사장단이 만났다던데, 여기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이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돼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순 없습니다. 다만 정부와 재계 간 소통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지는 분위기인데요. 정부가 재계와의 소통을 늘리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기업 기 살리기'를 통해 경제 회복의 동력을 찾겠다는 의도입니다.
-추후 이재용 부회장 사면이 현실화할까요?
-사면은 오직 대통령의 권한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인데요. 분위기와 필요성은 충분히 조성됐고 절실하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입니다. 현재 정부와 재계의 만남과는 별도로 재계와 정치권에서 "반도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이재용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도 발표되고 있죠. 재계 일각에서는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특별사면될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 '남혐 논란' GS25부터 '보복 운전' 아워홈…바람 잘 날 없는 유통계
-유통업계는 끊이지 않는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남혐 논란으로 편의점 GS25를 둘러싼 각종 구설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아워홈 대표이사의 보복 운전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네, 유통업계의 이미지 실추가 이어진 한 주였는데요. 먼저 GS25는 남혐 논란에 이어 파오차이, 알바생 욕설까지 겹악재를 만났습니다.
-남혐 논란을 일으킨 GS25에 미운털이라도 박힌 걸까요. 알바생 욕설 논란은 무엇인가요?
-GS25 편의점 점주가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사람에게 문자로 욕설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탄이 쏟아진 건데요. 업계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A 씨는 지난 1일 알바구인 어플을 통해 한 GS25 지점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다 개인 사정이 생겨 면접을 3일 앞두고 점주에 '면접을 볼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이에 점주가 A 씨에 "XXX, 꼴값 떨고 있네"라고 욕설을 내뱉었다고 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GS리테일이 A 씨에게 직접 사과해야 했고요.
-GS25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지겠는데요.
-맞습니다. GS25 입장에서는 파오차이 논란조차 수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죠. 파오차이 논란은 GS25에서 판매 중인 '스팸 계란 김치볶음밥 주먹밥' 제품에 중국어 표기를 김치가 아닌 파오차이로 하면서 시작됐는데요. 파오차이는 중국식 절임 채소를 뜻하는 말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문화 동북공정을 내세우며 우리나라의 김치도 파오차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현재 주요 포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G)가지 않습니다. (S)사지 않습니다" 등의 불매운동 슬로건까지 등장한 상태입니다.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대표도 구설에 올랐죠.
-네. 아워홈은 갑작스러운 오너리스크에 고개 숙여야 했습니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일 보복 운전과 폭행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학동서거리 인근에서 BWM 차량을 운전하던 중 끼어든 벤츠 차량에 보복 운전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구 부회장은 차량이 서로 충돌하게 한 후 현장을 떠나기까지 했습니다. 뺑소니였던 거죠. 더욱이 피해 차량 운전자가 자신을 뒤쫓아오자 그를 차량으로 밀어붙여 허리와 어깨를 다치게 했고요.
-부회장의 개인사로 인해 이미지 실추를 겪어야 하는 아워홈의 입장도 난감하겠는데요.
-아워홈 측에서는 "개인사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결국 아워홈은 판결 다음 날인 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이어졌던 일명 '남매간 경영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다 이번에 망신살이 뻗치며 쫓겨나고 말았습니다. 새 경영권은 막내 여동생인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가 5년 만에 맡게 됐습니다.
-유통기업들의 잇따른 구설에 소비자들의 실망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업들은 논란에 대한 책임감 있는 자세와 개선 노력을 쉬지 않아야겠습니다.
◆ 씨티은행 인수, 복수 금융사 의향서 제출했지만…'난항' 예고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지난 3일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 방안 관련 두 번째 이사회가 열렸죠. 진전된 얘기가 있었나요?
-네, 씨티은행에 따르면 복수의 금융사가 예비적 인수의향서를 접수했습니다. 씨티은행 측은 접수된 인수 의향서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종 입찰대상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군요. 그동안 시장에서는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부문의 '통매각', '일부 매각' 등 모두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는데요. 복수의 금융사가 인수에 관심을 표한 만큼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요?
-아닙니다. 복수의 금융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실제 최종 인수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인수 의향서를 접수한 금융사들이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의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잠재 인수자들은 전통적 소비자금융사업을 둘러싼 도전적 영업 환경, 씨티은행의 인력구조와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의 고용 승계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앞서 씨티은행 노동조합과 금융노조가 '전 직원 고용 승계'를 요구한 것과 부딪히는 대목이군요.
-그렇습니다. 씨티은행 노조는 이사회를 앞둔 지난 2일 "국내 소비자금융 매각은 전체 매각에 대한 안정적인 인수 의향자가 나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과 대책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며 "졸속 부분매각 또는 자산매각(청산)에 결사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코로나19 상황 이후 안정적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노조는 "사측에서 통매각이 아닌 부분 매각 또는 자산매각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대대적인 전면전에 나서겠다"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씨티은행 측은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게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지만, 당국과의 조율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마무리하기에 빠듯한 상황입니다.
-인수 의향을 밝힌 금융사들이 전 직원 고용 승계에 대한 부담을 밝히면서 부분 매각이나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군요. 노조와의 견해차도 좁혀야 하는 만큼 난항이 예상되네요.
◆ '막말'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 감사 결과 임박…거취 정해지나요?
-갈 길 바쁜 말 산업계는 한국마사회 수장의 막말 논란으로 추진 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의 거취에 관련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는데요. 자리를 지키려는 김우남 회장의 행보는 어떻게 결론 나려나요?
-막말과 채용 강요 논란을 빚은 김우남 회장은 현재 농식품부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감사는 오는 11일까지 진행됩니다. 결과에 따라 김우남 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는데요. 김우남 회장이 감사 결과에 대해 이의 제기할 경우 거취 결정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말 산업계에는 온라인 마권 발매 등 추진해야 할 사업이 산적해 있지 않나요. 수장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온라인 마권 발매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로, 말 산업 전체의 손해라고 봐야 합니다.
-김우남 회장은 최근 노조와 소통하며 회장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는데, 노조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난달 20일이죠. '경마의 날' 행사에서 김우남 회장은 노조와 간담회를 열고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마사회는 김우남 회장과 노조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원론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여집니다.
-당시 김우남 회장과 노조의 간담회 일정은 없었다고 합니다. 김우남 회장이 이날 즉흥적으로 노조와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날 마사회의 4개 노조가 김우남 회장과 면담을 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가장 큰 '1노조'는 김우남 회장과 대화를 거부했습니다. 마사회 측에서는 김우남 회장과 노조가 소통 행보를 펼쳤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노조는 의미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조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김우남 회장의 사퇴를 고수하고 있고, 경찰 고발 건도 취하할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노조는 농식품부의 감사 결과 이후에도 김우남 회장이 자리를 지킨다면 적극적으로 사퇴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우남 회장이 말 산업계에 진정 필요한 인물인지, 당사자 뿐 아니라 업계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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