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말 2G 서비스 완전 종료…01X 이용자들 "번호 지키고 싶다"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그저 번호만 유지해 달라는 건데…"
LG유플러스의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 폐업 신청이 승인되면서 국내 2G 서비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2G 서비스와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있다. 네이버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운동본부) 구성원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왜 '2G 사수'를 외치고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번호 사수'다. 2G 서비스가 사라지면 011·016·017·019 등 2G 전용 번호도 더 이상 유지를 할 수 없다. 01X 번호 이용자들은 번호를 지키기 위해 정부와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이용자 권리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7일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신대용 운동본부 네이버 카페 관리자가 밝힌 '번호 사수'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번호를 지키고 싶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대용 관리자는 "정부와 이동통신사에 어떤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2G 서비스 유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저 번호만 유지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의 2G 서비스 종료는 정부가 추진했던 010 번호통합 정책과 맞물린다. 정부는 2002년 01X 번호를 010 번호로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2010년 9월 번호통합이 완료되는 시기를 '이동통신사들의 2G 서비스가 모두 종료하는 때'로 확정했다.
운동본부 구성원들은 이미 두 차례 01X 번호와 이별을 겪었다. KT가 2012년, SK텔레콤이 2020년에 2G 사업을 종료하면서 01X 번호로 서비스를 이동할 수 없게 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LG유플러스마저 2G 서비스 종료 최종 승인을 받으면서 다음 달 말이면 01X 번호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당초 정부는 이동통신사 간 공정 경쟁을 도모하기 위해 010 번호통합 정책을 마련했다. 011·016·017·019 등 이동통신사에 주어진 식별번호마다 통화품질, 속도 등이 달라 고객들이 SK텔레콤의 011 서비스에 쏠리는 현상과 관련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대용 관리자는 010 번호통합 정책에 대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동통신사마다 통화품질, 속도 등이 달랐던 근본적인 원인은 번호가 아니라 배정받은 주파수로, 회사마다 주파수가 달랐던 문제를 정부가 번호통합으로 감추려 했다는 주장이다.
신대용 관리자는 "SK텔레콤에 부여된 800MHz는 끊김이 적어 '황금 주파수'로 불렸다. 애초에 번호가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었던 셈"이라며 "당시 과기부와 이통사 후발주자인 KT 간 유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010 번호통합 정책은 20여 년 전부터 진행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밝혔다.
현재 신대용 관리자와 뜻을 같이하는 운동본부 구성원은 약 4만 명이다. 이들이 01X 번호를 지키려는 사연은 각자 다르지만 공통적인 심정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개인이 왜 피해를 봐야 하는지 억울하다"는 것이다.
신대용 관리자는 "카페 회원들이 01X 번호를 유지해야만 하는 개인적인 사정들이 있다. 해외에서 실종된 가족과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거나, 오랜 기간 같은 번호를 유지해 사업의 신뢰성을 높여온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본부 카페 회원 중에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01X 번호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며 "할아버지가 그 번호를 사용하다가 돌아가실 때 물려준 것이라 01X 번호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대용 관리자를 포함해 운동본부 구성원들은 사실상 2G 서비스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상황이지만 "번호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이용자 권리'를 지키려는 활동과 LG유플러스의 2G 서비스가 종료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현재 운동본부는 대법원에 SK텔레콤을 상대로 01X 번호를 3G, 4G, 5G 등 다른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번호 이동 청구 소송'을 상고한 상태다. 앞서 1·2심에서는 패소했다. 사법부는 선고 결과에 대해 "이동전화 번호는 유한한 국가 자원"이라며 "정부의 번호이동 정책에 대한 재량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운동본부는 행정소송 외 지난해 말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신대용 관리자는 "LG유플러스가 2G 서비스 종료를 발표한 만큼, 헌법재판소에서도 시의성을 고려해 빠른 시일 내 법리적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shc@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