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회장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 피할 수 없었다"
[더팩트|문수연 기자] 남양유업이 지난 1964년 창사 이후 57년 만에 새 주인을 맞는다.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에 이어 과대광고와 경쟁사 비방 댓글 등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남양유업이 올해 연이어 불거진 '불가리스 사태'와 '갑질 경영'으로 오너 경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과 부인 이운경, 손자 홍승의 씨가 보유한 주식 전부를 한앤컴퍼니에 양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했다.
오너일가 지분은 총 53.08%로,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보통주 37만8938주를 3107억2916만 원에 양도받는다. 당사자간 합의가 없는 경우 8월 31일 이전에 대금지급이 이뤄지며 그 시점에 최대주주가 변경된다.
앞서 지난 5일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은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3일 이광범 대표도 사퇴의 뜻을 밝혔으며, 지난달에는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가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다.
사임에 이어 지분까지 매각하게 되면서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일가는 1964년 창사 이후 57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거듭된 논란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오랜 불매운동과 불가리스 사태로 거세진 비난 여론이 이같은 결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창업주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1977년 입사 후 1988년 부사장을 거쳐 1990년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홍 전 회장 사장 취임 후 회사 안팎으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홍 전 회장은 지난 1999년 장남인 홍진석 씨의 병역비리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됐으며, 2003년에는 건설사 리베이트 혐의로 구속됐다. 2018년에는 차명주식 보유 혐의로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거듭된 논란은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다. 특히 남양유업의 실적 하락세는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건을 강매했다는 의혹에 이어 영업직원이 욕설을 한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소비자들이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벌인 것이다. 당시 불매운동으로 남양유업은 유업계 1위자리를 매일유업에 내줬다.
이후 2019년 창업주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 지난해 경쟁사 매일유업 비방글 작성 사건 등이 줄줄이 터지면서 불매운동이 장기화됐고, 남양유업 매출은 지난 2012년 1조3650억 원에서 지난해 9489억 원으로 30.5% 줄었다.
이 가운데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남양유업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고, 홍진석 씨의 회삿돈 유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좀처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홍 전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사과를 하며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오너일가가 보유한 주식이 53.08% 달해 '보여주기식 사과'라 지적이 이어졌고, 오너일가가 끝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한편 홍 전 회장은 지분 매각 발표 후 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입장문을 전했다. 홍 전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회장직에서 내려왔고 비대위 지배구조 개선 요청에 대해 이사회 구성을 투명하게 교체하겠다는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회사 안팎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며 "고심 끝에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