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역사 '밀레니엄 힐튼'도 매각?…특급호텔 잔혹사 계속되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이 매물로 나왔다. /밀레니엄 힐튼 홈페이지 캡처

이지스자산운용과 매각 협상 중…코로나19에 매출 직격탄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가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영난에 빠진 특급호텔들이 속속 매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40년 역사를 가진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이하 힐튼 서울)의 최대주주인 CDL코리아는 최근 호텔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대상자로는 국내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거론된다.

힐튼 서울은 1983년 12월 서울 중심가에 22개 층, 700여 개 객실 규모로 문을 연 5성급 호텔이다. 원래 주인은 대우그룹이었다. 대우개발이 운영하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말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전문회사 훙릉의 자회사인 CDL에 2600억 원에 매각됐다.

2004년 CDL의 호텔운영업체인 밀레니엄과 새로 계약을 맺으면서 밀레니엄 힐튼 호텔로 재출범했다. CDL은 힐튼 서울을 비롯해 세계 20여 개국 100개 이상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힐튼 서울의 이 같은 선택에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매출이 급락하자 살아남기 어렵단 판단이 깔려있다. 집합제한 탓에 예식 등 부대사업도 어려워진 탓이다.

현재 힐튼 서울의 예상 매각가격은 1조 원에 달하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높은 매물이지만 호텔 영업 종료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지스자산운용이 호텔 인수를 마무리하는대로 용도변경을 통해 오피스빌딩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중심에 위치한 대형 상업용 부동산인만큼 인수에 관심이 있는 곳들은 아마 주거단지로 개발하려는 계획이지 않을까 싶다"며 "호텔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려는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힐튼 서울은 공식 입장을 통해 "호텔 영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힐튼 서울 측은 "호텔 매각과 관련한 각종 언론 보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호텔 운영사인 힐튼과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소유회사(CDL코리아) 간의 장기 경영위탁에 따라 호텔 영업이 지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텔은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튼 서울의 입장으로 미뤄볼 때 향후 호텔의 매각과 운영은 소유회사인 CDL과 매수 희망자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공식 입장이 나와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힐튼 서울뿐 아니라 국내 호텔업계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 특급호텔 로비 모습. /더팩트 DB

힐튼 서울뿐 아니라 국내 호텔업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인수대상자를 찾더라도 호텔 영업을 포기하는 곳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실제 하나투어는 서울 명동에서 운영 중인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을 지난해 매각하려고 했지만 양해각서까지 체결한 상태에서 인수자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용산구의 3성급 크라운관광호텔 역시 매각이 무산됐다. 크라운호텔 측이 매각 의사를 접었다고 알려졌지만 매각가 등 세부적인 조건이 맞지 않았던 것이 매각 무산의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남 호텔과 은평구에 있는 스위스그랜드호텔 등은 지난해부터 시장에 나와있었다. 관광지인 명동의 경우 이미 90% 이상 호텔이 매물로 나와있다.

특급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매각된 르 메르디앙 서울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은 헐린 뒤 주거용 시설이 들어올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웰스어드바이저와 함께 인수한 르 메르디앙 서울은 고급 주거시설 등으로 새롭게 운영될 예정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입지 여건이 좋은 호텔을 사들여 주거용으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 같다"며 "호텔을 계속 운영하면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많이 들지만, 오피스텔 건물 등은 이런 비용이 없어 인수자가 호텔을 폐업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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