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의자' 커블체어, 경쟁 제품 줄줄이 출시 '골머리'

가구 제조업체 에이블루의 커블체어 인기가 이어지자 경쟁 제품을 출시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소재 에이블루 본사. /윤정원 기자

매출 71억 원서 1100억 원으로 '껑충'…커블체어 경쟁 제품도 '속출'

[더팩트ㅣ최승현 인턴기자] "커블 커블 커블체어, 커블 라인 만들어요. 커블 커블 습관 되면, 평생 바른 자세 만들어요."

국가대표 리듬체조 선수 출신 손연재가 모델로 출연한 자세교정 의자 커블체어가 인기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경쟁 제품군도 잇따라 출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커블체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배 이상 뛴 데 이어 올해 역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커블체어 인기에 편승해 경쟁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되는 모양새다. 오히려 커블체어보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커블체어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 인기 높아지자 늘어나는 경쟁사…"커블체어와 효과 비슷해"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루의 커블체어가 누적 판매량 750만 개를 달성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끌자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블루오션 시장을 선점한 성공 사례로 꼽히는 커블체어는 지난 2019년 매출이 71억 원 수준에 그쳤지만,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한 지난해 1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자세교정 의자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연 제품이다.

1년 만에 매출이 15배 이상 뛰어오르는 등 커블체어가 폭발적인 관심을 받자 빈틈을 노리는 경쟁 제품들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쇼핑 랭킹에 따르면 자세교정 의자 제품군에서 △오토노스의 러블체어(2만3900원) △더나은의 핏체어(3만5900원) △로이첸의 베이직체어(3만4900원) △꿈의리빙의 콤비체어(2만9000) 등이 커블체어의 뒤를 잇고 있다. 이 제품은 모두 올해 초 출시됐다. 네이버 쇼핑에서 '자세교정의자'를 검색하면 100개 업체의 제품이 소개된다. 이들 중에는 한샘과 동서가구, 이케아 등 대형가구 브랜드들도 있다.

대부분의 자세교정의자 디자인은 비슷하다. 커블체어의 인기에 편승하는 차원에서 뒤늦게 제품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가구 제조업체 에이블루는 지난 2015년 자세교정 의자 제품을 독자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인수, 2018년 4월 커블체어를 처음 출시했다. 의자가 허리의 압력을 분산해 허리의 곡선을 편안하게 유지해주는 지렛대 원리가 커블체어의 특징이다.

네이버 쇼핑에서 자세교정의자를 검색하면 100개 업체의 제품이 소개된다. /네이버 쇼핑 캡처

경쟁 제품들이 앞세우는 강점은 '가격'이다. 기본 모델인 커블체어 컴피(4만4900원)에 비해 1만~2만 원 더 저렴하다. 자세교정 의자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나선 탓에 성능 및 디자인을 차별화하기보단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모양새다. 경쟁 제품들은 상품 상세설명에서 지렛대 원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커블체어처럼 특허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경쟁사 관계자는 성능 면에서도 커블체어와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커블이든, 자사 제품이든 의료용이 아닌 보조 제품이어서 자세교정 효과는 거의 비슷하다"며 "자사 제품의 경우 사이즈가 조금 더 큰 편으로 남성, 여성용 등 선택폭이 넓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제품 특징을 봤을 때는 커블체어의 용도, 효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자사 제품은 온열 팩이 있어 찜질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경쟁 제품이 늘어나는 건 에이블루 입장에서는 불편한 현상이다. 에이블루는 지난해 10월 커블체어 유사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들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 치열한 경쟁 속 커블체어의 전략은?

경쟁 제품들이 느는 와중에도 커블체어는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블체어가 강조하는 부분은 지렛대 원리다. 커블체어는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착석 시 바른 자세 유도와 안락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자'라는 명칭으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또한, 커블체어는 엉덩이와 허리에 닿는 부분이 시원하고 푹신한 매시 소재로 돼 있다. 땀 차는 부분을 쾌적하게 해주고 쿠션감 덕분에 편안한 착석이 가능하다. 지난 3월에는 라인프렌즈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등 디자인과 인테리어 기능도 높이고 있다.

에이블루 관계자는 "커블체어가 자세교정 의자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품에 대한 강점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자사의 기술력, 아이디어가 갖춰졌기 때문에 커블체어가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홍보·마케팅도 커블체어의 주요 전략으로 꼽힌다. 특히 손연재가 출연해 중독성 있는 노래로 진행되는 TV 광고는 커블체어가 '손연재 의자'라 불릴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에이블루는 TV, 온라인, SNS 광고 등을 병행해 최대 20억 원가량을 한 달 광고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알려졌다. TV와 인터넷, SNS 등에서 잦은 노출을 통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커블체어는 지렛대 원리로 허리를 받쳐주는 자세교정 의자로, 손연재가 광고 모델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커블체어 와이드 모델. /윤정원 기자

커블체어 매출이 급상승한 것은 TV 광고 효과가 컸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실제로 에이블루는 "지난해 매출을 보면 급증한 시점이 손연재 TV 광고를 전개한 7월부터"라고 밝혔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커블체어 광고는 커블을 사용하면 체형 교정이 된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해준다"며 "특히 커블체어의 CM송은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방법으로 광고 효과를 배로 높인다. 중독성 있는 노래로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메시지를 잘 연결해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택근무, 실내업무 확산 등도 커블체어 수요가 증가한 요인으로 꼽힌다. 에이블루 관계자는 "커블체어는 코로나19 시기 이전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지난해 매출이 급증한 것은 시기가 잘 맞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최근 재택근무, 실내업무가 많다 보니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의자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1 판매' 등 마케팅 효과도 쏠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커블체어 컴피의 가격은 4만4900원이지만, '2+1'로 구매할 경우 8만9800원에 3개를 구매할 수 있다. 1개당 2만9933원에 구매하는 셈이다. 디자인 직종에서 일하는 곽모(25) 씨는 "사무직 일을 오래 하다 보니 평소 허리랑 어깨가 굽어 자세교정에 관심이 있었다"며 "마침 직장 동료들이 커블체어 '2+1' 이벤트 진행 중이라며 같이 구매해보지 않겠냐 해서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shc@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