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주택 거래량·매물, 전년 대비 급감…"매도우위 시장 되면 집값 급등할 수도"
[더팩트|이재빈 기자] 주택 보유 관련 세제가 이달 내로 완화될 것이 확실시 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보유세가 줄어드는 만큼 주택을 급하게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되면서다. 5월 주택 거래량은 17일 현재 지난해 5월 거래량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내로 주택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유세 부과 시기가 매년 6월 1일인 만큼 정부는 이달 내로 감면안을 발표, 올해 부과분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4일 열린 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 보유세 부과일인 6월 1일 전에 감면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재산세는 1주택자에 한해 감면 기준이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완화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재산세 감면 혜택을 받던 1주택자들이 집값과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자 이를 완화주겠다는 계획이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이미 2017년 4월 6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1월에는 9억1215만 원을 기록하며 9억 원을 넘어섰다. 중위가격은 전체 주택 가격을 일렬로 정렬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주택의 집값을 의미한다. 공시가격도 지난달 전국 19.05%, 서울 19.89% 급등하는 등 상승세다. 집값과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에는 중위가격 수준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1주택자도 높은 부동산세제를 부담하게 된 만큼 이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종부세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 공시가를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미 서울 주택의 절반 이상이 9억 원을 넘어선 만큼 기준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면서다. 종부세 부과 기준은 2008년 개정 이후 13년째 같은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세제 완화가 확실시되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 거래가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보유세 부과 시점인 6월 1일을 기준으로 직전 2~3개월은 부동산 거래가 가장 활발한 시기다. 보유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날 전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5월 거래량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을 지나고 있음에도 지난해 거래량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면서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서울의 5월 주택 거래량은 401건으로 지난해 5월(5593건)의 7.16%에 불과하다. 4월 거래량은 2906건으로 지난해 4월(3035건)과 유사한 점을 감안하면 주택 세제 완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주택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매물도 지난해 5월에 비해 거의 없다.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서울의 매물 수는 한때 7만9000개에 달했다. 반면 올해 5월의 경우 4만6000에서 4만7000건을 오가고 있다. 또 지난해 5월의 경우 전월 대비 매물 수가 늘었지만 올해 5월은 4월 대비 매물 수가 소폭 감소했다. 매물과 거래량이 상반기에는 꾸준히 증가하고 하반기에는 감소하는 주택시장 거래 싸이클에 이변이 발생한 셈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유세 완화 논의가 나오면서 거래량과 매물이 급감했다고 볼 수 있다"며 "5월에 거래량과 매물이 감소하는 것은 매우 보기 힘든 상황이다. 어떻게 보면 보유세 완화 논의가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에 주택 거래량이 줄어든 만큼 하반기 집값 상승이 예년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며 "그간 규제 위주의 기조를 바꾸지 않았던 정부가 재보궐선거 이후 입장을 급선회한 만큼 선거를 앞두고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망이 팽배해질수록 매물이 줄어들면서 매도우위 시장이 형성돼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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