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K8 하이브리드, 빠른 발을 가진 미식축구 선수가 떠오르는 이유

기아는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K8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서재근 기자

현대·기아 제일 큰 하이브리드 세단의 경쾌함 몸놀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최근 스포츠계에서 이목을 끈 주인공이 있다.

최근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단거리 100m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 예선전에 도전장을 내민 미국프로풋볼(NFL) 시애틀 시호스크의 와이드 리시버 DK 멧카프 선수다. NFL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멧카프의 신장은 191cm, 몸무게는 무려 103kg다.

야심찬 그의 도전은 예선전 '최하위'라는 결과로 막을 내렸지만,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리기 능력은 전 세계 스포츠 마니아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아가 이달 초 출시한 준대형 세단 'K8'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고 있자니 색다른 도전으로 눈길을 끈 멧카프 선수가 떠올랐다. 지난 13일 기아는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K8 하이브리드' 미디어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K8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세단이다. 전장의 경우 5015mm로 직접 경쟁을 벌일 '한 지붕 두 가족'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4990mm)보다 25mm나 길고, 사실상 상위 모델로 꼽히는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80'(4995mm)와 비교해도 20mm가 더 길다. 휠베이스 역시 2895mm로 그랜저보다 10mm 크다.

K8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전면가공 휠과 후면부 하이브리드 엠블럼 등이 적용됐다. /서재근 기자

가뜩이나 큰 차체에 '달리기'보다 '연비'에 방점을 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생각하니 가속페달을 밝기 전부터 묘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듯했지만,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는 주행감성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K8 하이브리드'의 경우 2.4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한 경쟁 모델 이전 'K7 하이브리드'나 현대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달리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기반으로 최고출력 60마력(44.2kW), 최대토크 26.9kg.m(264Nm)의 힘을 발휘하는 전기모터와 합을 맞춘다.

2.4리터 자연흡기 엔진이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kg.m의 힘을 발휘하는 반면,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180마력, 27.0kg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대비 출력과 토크가 각각 13%, 29%가량 개선됐음에도 공인 연비는 ℓ당 18.0km(17인치 휠 기준)다. 이는 기존 모델(ℓ당16.2 km) 대비 약 11% 개선된 수치다.

물론 제원상 수치가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실제 주행에서 체감할 수 없다면 말 그대로 '숫자'일뿐일터. 이날 시승행사에서 그랜드 워커힐에서 경기도 가평군의 한 카페를 돌아오는 왕복 약 110km 구간을 주행했다.

K8 하이브리드 실내에는 일반 내연기관 모델과 마찬가지로 12.3인치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곡선으로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서재근 기자

주행에 앞서 디자인 부분을 살펴보면, 앞서 먼저 일반에 공개된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전면가공 휠과 후면부 우측 상단에 부착된 하이브리드 엠블럼, 실내 계기반의 하이브리드 전용 클러스터 그래픽 정도다.

12.3인치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곡선으로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와 기아 브랜드 최초로 적용된 신규 기아 로고와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의 기능을 하는 '스타 클라우드 라이팅' 등 K8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는 내연기관의 그것과 동일하다.

디자인에 관한 평가는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K8의 경우 기아에서 디자인을 선공개했을 때부터 범퍼 일체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두고 '신선하다'는 호평과 '어색하다'는 아쉬운 평가가 공존했던 것이 사실이다.

PC나 모바일 화면을 통해 봤을 때보다 실물을 봤을 때 느껴지는 어색함과 이질감은 확실히 확연하게 줄어들지만, 차량의 색상에 따라 그 정도의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진다. 실체 차량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꼭 실제로 차량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K8 하이브리드는 넉넉한 2열 무릎공간과 더불어 골프백을 일자로 넣을 수 있는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 /서재근 기자

합격점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는 부분은 공간 활용성이다. 앞서 그랜저 출시 때에도 놀랐던 부분이지만, 뒷좌석 공간만큼은 '준대형'이 아닌 '대형' 혹은 '플래그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고급 세단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

특히, 트렁크 공간이 인상적이다. 전 세대 모델까지만 하더라도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고전압 배터리 배치 문제로 트렁크 수납 활용도가 일반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18년 그랜저(IG)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당시 회사 측에서 "트렁크 공간에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2개를 실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골프백 1개도 대각선으로 넣어야지만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K8 하이브리드는 트렁크 바깥쪽 공간이 양옆으로 가장 넓게 돼 있어 골프백을 비롯한 크고 긴 물품 수납 실용성을 한층 개선했다. 차량의 주요 고객층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변화는 매우 만족스러운 요소가 될 것 같다.

큼지막한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계기반 디스플레이의 시의성도 만족스럽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 운전 편의성을 돕는다. /서재근 기자

달리기 성능에 관해 얘기하자면, 기대 이상으로 경쾌하고 날렵하다. 전 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이 철저하게 '연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K8 하이브리드 모델은 연비와 더불어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더했다. 물론 현대차·기아의 동급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했을 때 얘기다. 미식축구 선수들 사이에서 '빠른 발'을 가졌다해도 실제 단거리 육상선수들한테 이길 수는 없듯이 전기모터와 합을 궁합을 맞췄다지만, 동급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하면 확실디 더딘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반 내연기관과 비교해 월등한 연비를 갖추면서 어느 수준의 주행 성능을 충족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 이날 일상 수준의 가속과 감속 위주로 편도 약 55km 구간을 주행했을 때 연비는 ℓ당 23km로 공인 연비를 훨씬 웃돌았다. 연비는 뒷전으로 고속 주행을 했을 때는 ℓ당 약 17km의 연비를 기록했다.

'K8 하이브리드'의 판매 가격은 트림별로 '노블레스 라이트' 3698만 원(이하 개별소비세 3.5% 및 하이브리드 세제 혜택 반영 기준), '노블레스' 3929만 원, '시그니처' 4287만 원이다. 여기에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트림별로 40만 원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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