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MBK 본사 앞에서 집단삭발 기자회견
[더팩트|이민주·최승현 기자] 홈플러스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최근 MBK파트너스(MBK)의 점포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홈플러스 노조가 일주일여 만에 본사 앞에서 단체 삭발식을 열고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3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 지부(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홈플러스 운영사 MBK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여성노동자 집단삭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홈플러스 직원과 마트노조 관계자 9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투기꾼 MBK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지키자 홈플러스 쫓아내자 MBK'라는 피켓을 들었다.
삭발식에 앞서 이들은 "MBK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장을 폐점·매각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수천 명의 직원들이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MBK가 2016~2020년까지 매각한 자산 규모는 2조2111억 원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안산점, 둔산점, 대구점, 대전 탄방점을 매각 처분했으며, 올해 대구스타디움 폐점과 부산가야점 폐점·매각을 발표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MBK가 사모펀드라는 껍데기를 쓰고 한국에서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모르겠다"며 "인수 당시 이들은 홈플러스를 한국 최고 마트로 성장시키겠다 호언장담했으나, 그 후 홈플러스는 걸레,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K는 건물을 매각해서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 돈 되는 알짜매장을 몽땅 팔아 멀쩡한 매장이 남지 않은 빈껍데기로 전락했다"며 "더이상 국민께 호소할 방법 없어서 삭발투쟁을 벌이게 됐다. MBK를 한국에서 쫓아내 달라. 이들은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발언 이후에는 11명의 홈플러스 직원이 삭발 투쟁을 벌였다. 노동자 9명 등은 기자회견 현수막 뒤편으로 준비된 간이 의자에 앉아 머리를 잘랐다.
삭발 투쟁에 참여한 한 직원은 "여성 노동자들이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신념과 의지의 표현이고 머리카락이 짤려나가면서 우리들이 흘렸던 눈물은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생결단의 표현"이라며 "우리는 홈플러스를 지켜내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직원 역시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조차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않는 김병주 MBK 회장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왜 우리가 이런 악질적인 사모펀드의 손에 놀아나야 하냐"고 말했다. 이외에도 직원들은 "MBK는 인수 6년 만에 홈플러스를 거덜 내고 폐점매각하고 있다"며 호소했다.
삭발투쟁 이후 홈플러스 노조 측은 요구사항을 담은 항의서한을 MBK 측에 전달하려 했지만, MBK 측에서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아 양측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홈플러스 노조원들은 '지키자 홈플러스', 쫒아내자 MBK'라고 적힌 카드 수백 장을 본사 건물 쪽으로 던졌다.
노조의 이같은 활동과 관련해 홈플러스 측은 폐점, 매각에도 고용보장을 약속했다며, 노조가 무리한 퍼포먼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자사는 불확실한 사업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사업운영과 미래를 위한 유동성 확보를 담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자산유동화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마련된 자금으로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 확보 및 온라인 비즈니스 강화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유동화가 진행 중에 있지만 회사의 고용보장 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수십차례 강조했다"며 "직원들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면담 등 절차를 진행하며, 영업 종료 후에도 직원들을 인근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하여 불편함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직원들에게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있고, 선을 넘는 쟁의행위로 임단협은 뒷전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특히 젠더이슈가 민감한 시점에 여성노동자 집단삭발 퍼포먼스는 시선을 끌기 위한 의도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