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ET, 시초가대비 23.33% 내린 16만1000원에 거래 중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 대어로 주목받으며 기록을 세웠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 도달을 뜻하는 은어)에 실패했다. 앞서 시장에서 제기된 고평가 우려와 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 학습효과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6분 현재 SKIET가 시초가대비 4만9000원(-23.33%) 내린 16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IET는 이날 따상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23%까지 주가가 빠지는 등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21만 원으로 코스피에 입성한 SKIET는 장 초반인 9시 18분 기준 20% 내린 16만8000원에 거래됐다. 시초가는 공모가(10만5000원)의 두배로 결정됐지만 거래 시작 직후 잠시 오름세를 보이다 이내 주가가 마이너스 20%선으로 내리꽂혔다.
이날 SKIET의 시초가를 하회하는 수준의 주가 형성은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지 못하더라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SKIET는 지난달 23일까지 진행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8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증권시장 사상 최고 수요예측 경쟁률이며,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1275.5대 1)도 제친 흥행 기록이다.
이같은 결과는 일반 공모 청약까지 이어져 SKIET가 전례없는 흥행을 거두도록 도왔다. SKIET는 지난 달 28~29일 진행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역대 최대 증거금인 80조9017억 원을 끌어모았다. 상장날 유통 가능 물량(15%)역시 적은 수준에 속해 따상 기대감이 점쳐지기도 했다.
따상을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이날 주가가 상한가(가격제한폭 29.9%)까지 치솟았다면 주가는 27만3000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날 주가 하락은 앞서 공모주 투자를 경험한 투자자들의 학습효과와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제시된 고평가 우려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 증시 상장에서 공모주 '대어'로 주목받았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은 상장 직후 좋은 성적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대부분 추세적인 하락세를 나타낸 바 있다. '따상상상'(상장 첫날 따상 이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던 SK바이오팜의 경우 지속적으로 주가가 내려 이날 현재 주가는 종가 기준 최고가(21만7000원) 대비 50.7% 내린 10만7000원에 거래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이 제시한 SKIET의 적정주가를 살펴보면 이날 따상시 주가(27만3000원)와 다소 괴리가 있다.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SKIET 상장 전 목표주가를 10만 원대에 제시한 바 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앞서 SKIET 목표가를 14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2023년 예상 EPS(주당순이익)에 타겟 PER 39배를 적용해 목표주가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국내 소재 업체들의 타겟 PER은 일반적으로 30배 정도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적정주가를 18만 원으로 제시했다. 주 연구원은 "내년 추정 EPS에 47배를 적용했다"며 "47배는 중국 경쟁사(SEMCORP)의 모회사 윈난에너지뉴머티리얼의 내년 PER(43배)에 10% 프리미엄을 적용한 수치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실적 성장 가능성 등에 힘입어 향후 SKIET의 주가가 부정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분리막 수요 규모(습식 및 건식 포함)는 지난해 41억㎡에서 앞으로 5년간 3.9배 성장이 예상된다"며 "SKIET도 글로벌 시장 15% 이상을 목표로, 공격적인 설비 확장을 진행하고 있어 5개년 동안 케파(생산량)가 5.2배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 연구원 역시 "SKIET는 지난해 글로벌 습식 분리막 생산능력 2위이며 연신능력, 코팅능력, 생산성 향상능력의 기준으로 볼 때 SKIET는 탑티어 업체"라고 평가했다.
pkh@tf.co.kr